美 잇단 `北핵무기 인정’..배경 있나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과 상치되는 미 국방부 보고서와 미 고위 관료의 기고문이 잇달아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직을 유지하게 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 장관은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2009년 1.2월호)에 기고한 `균형잡힌 전략(A Balanced Strategy)’ 제하의 글에서 “북한은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U.S. Joint Operation Command)의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The Joint Operation Environment 2008)’는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등과 함께 핵무기 보유국에 포함시켰다.

아직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북한 핵무기의 실체를 인정하는 장관의 기고문을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의 변화로 간주하기는 좀 이른 듯해 보인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현직 국방장관과 국방부 보고서가 막연한 추정을 기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일단 미 당국은 유관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제조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로도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 아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기본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추정이 있는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인지 확인된 것은 없다(10.22. 유명환 외교부장관)”거나 “북한이 (핵무기) 6~7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진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핵무기를 가졌는지 없는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10.8. 김태영 합참의장)”는 것이 정부 입장을 반영한 최근 우리 당국자들의 발언이었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자리를 지키게 된 게이츠 장관의 기고문에는 `터프하고 직접적인’ 협상을 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즉 북한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공인 핵 보유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클럽에 넣지는 않지만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현실적 입장 하에 협상을 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이 핵무장국가 클럽에 합류했고..(하략)”(2007년 10월2일 시카고 유세), “대화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북한은 핵무기 8개를 개발했고..(하략)”(2008년 7월23일 미 CBS방송 인터뷰) 등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도 타당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파키스탄이 NPT 체제 밖에서 핵실험을 하고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었음에도 미국은 수교관계를 유지한 가운데 핵확산을 차단하고, 과거 핵문제를 규명하는 한편 장기적 과제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새 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방식과 유사한 방법으로 북핵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새 정부가 세계 핵질서 재편의 맥락에서 5대 공인 핵보유국과는 핵군축 협상을 진행하고, 인도.파키스탄.북한 등과는 그와 별도로 핵폐기 협상을 진행하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만약 직접대화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북한의 핵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알리는 편이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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