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폐관련 총체적 대북공세 나섰나

미 행정부가 새해들어 위폐문제와 북핵 6자회담에 대해 재차 분명한 선긋기를 하면서 북한이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달러위조 혐의에 대해 ‘확증’을 갖고 있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온 미 행정부가 이번에는 불법행위 단죄와 그와 관련된 금융제재 조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지라고 밝히는 등 총체적인 공세에 나선 양상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5일(이하 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위험스러운 정권”이라면서 “북한의 (위폐 등) 불법 행동들에 대한 우리의 제재는 부시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수수방관하지 않기로 해 취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설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 북한의 정치적인 해결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새해 들어 위폐문제와 그에 따른 대북 금융제재조치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은 좀 더 단호해지고 강경해 진 것으로 보인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올해 첫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신문 논평을 ‘또 하나의 지연 구실’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6자회담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당시 노동신문 논평은 미국이 대북 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개인 필명의 글이었다는 점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해 위폐와 마약, 무기기술 확산 등의 불법행위를 중단, 저지,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위폐와 돈세탁의 우려로부터 미국 화폐를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고 정당한 일”이라며 “이런 일이 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막는 것인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한미협회 주최로 진행 된 조찬강연에서 “미국은 새 조건없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준비가 됐으며 북한도 그러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는 이와함께 위폐 문제에 대해 관련국들의 ‘지지’ 확산에도 나선 양상이다.

북한 위폐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반 요원들이 조만간 마카오, 한국, 홍콩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방문기간에 그동안 미 행정부가 수집해온 북한의 위폐 제조 및 유통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대응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 재무부 금융단속반의 방한은 지난 달 16일 국무부가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EU(유럽연합) 등을 상대로 한 1차적인 설명에 이은 후속조치로 직접적인 관련 당사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성의 표시로 읽혀진다.

정부 당국자는 “재무부 금융단속반 방한을 통해 위폐와 관련해 좀 더 긴밀한 정보 공유와 협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위폐문제와 관련, 당초 ‘사실여부 확인후 국제적 규범에 따른 처리’에서 최근 ‘심각한 우려’ 쪽으로 입장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관련 증거가 점점 보강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위폐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이 문제와 북핵 6자회담은 엄연히 별개 사안으로 연계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달러 위조 공방과 그에 따른 금융제재가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북미간 대치가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북핵 구도는 예측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현재 미 행정부의 입장은 위폐 등 불법행위는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것은 그 것대로 해결하고, 북핵 6자회담은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여기에 맞춰 해법을 찾으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BDA 사건 등에 나타난 북한의 위폐 제조 및 유통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내놓고 북한은 이를 설명하고 사실일 경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불법행위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고 미국은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6자회담은 합의된 일정대로 진행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특히 1월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에’(at the earlist possible date) 개최하자는 합의가 1월로 기대돼왔다는 점에서 이달 말까지는 관련국들의 재개노력이 지속되겠지만 이러한 기대가 무산될 경우 모멘텀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북미간 직접대화는 끊겼으나 중국을 매개로 한 간접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 반기문(潘基文) 외교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 양국간 장관급 전략대화를 계기로 접점 찾기가 시도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