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핵실험 감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 등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과거에 비해 한층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군사적 강공책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자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최근 ‘北 도발행위 무보상’ ‘외교적 한계’ 등을 언급하면 대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 북한 ‘위협’의 직접적 대상인 남한 역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에 이어 무력도발에는 공세적 보복을 하겠다는 단호한 군사적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과 미국의 최근 기류가 ‘외교적 협상’에서 실질적 제재를 통한 압박, 무력 도발에는 분명한 보복 원칙을 통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북한이 후계구도 공고화와 핵보유국 지위를 통한 새로운 대미 협상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자신들의 구상대로 전개되지 않는 모양새다.
대내·대외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했던 핵과 미사일이 도리어 한미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책으로 돌아와 북한을 옥죄는 형국이다.
◆오바마 “인내력에 한계” 美대북정책 전환 시사=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된 ‘대북 접근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도 6일 “북한이 외교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도발에 보상하는 정책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행동은 매우 도발적”이라며 “북한이 끊임없이 역내 안정을 해치고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길을 단순히 계속 걸어갈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최근 미 국무부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이외에 북한에 대한 독자적 금융제재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뒤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과거 북한 달래기에 치중해왔던 미국의 정책이 새로운 정부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는 상대방의 진지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그런 반응을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 과거 1차 북핵실험 당시 ‘외교적 성과’에 기대 냉온탕을 오갔던 ‘대북 접근법’과는 차별화를 시사했다.
이는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금융제재를 통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당장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도 “내가 선호하는 것은 항상 외교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도 최근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선호”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최근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을 주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李대통령 “안보위협엔 단호하게 대처”=남한 역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외교군사적 원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역대 정권들이 ‘타협용’이라며 어떤 조건에서도 대화를 모색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도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서해 NLL 침범 가능성 등 국지적 도발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따른 직접적 피해와 개성공단 인질화 등의 우려에 강경한 대응방침을 확인해 북한의 추가 행동을 억제하고 국민들의 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의 발언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화 지속’ ‘개성공단 안정적 발전’ 등에 대한 원칙도 재확인하고 있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포기한다면 적극적인 화해·협력도 모색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화해와 협력의 마당으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비핵과 개방을 전제로 한 협력도 약속했다.
결국 이말은 ‘도발’은 용납할 수 없으나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다는 미국의 대응과도 일치한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공세적으로 타격한다는 방침을 작전계획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北무기수출 전면차단=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 중국과의 최종조율이 남았지만 P5+2 유엔대사들은 결의안 문안 조율을 마치고 현재 각국의 최종 검토만을 남겨두고 있다.
결의안 초안(이하 초안)에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채택한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제재를 바탕으로 더욱 강화된 금융, 선박 제재 조치들이 담겨져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북 금융제재 조치의 경우 기존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재만을 규정했지만 이번에는 그 범위를 일정 정도 확대하고 추가로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경제지원을 금지(인도적지원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결의 1718호에서 핵무기·WMD와 그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전차 전투기 헬기 등 중화기에 한해 적용했던 금수조치는 수출과 수입을 분리해 북한의 외화 취득원이 될 수 있는 수출의 경우, 사실상 모든 무기에 대해 제한하도록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사일 부품 및 핵 관련 물질을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왕래 선박에 대해서는 ‘각국의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른다’는 단서 아래 각국의 영해뿐만 아니라 공해에서도 정선 검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국제사회가 여기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로 제재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6월 한반도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량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