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기관 ‘北 핵무기 보유’ 언급 6가지 이유 있다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2월 5일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06년 핵무기(nuclear weapon)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핵보유국’이라함은 핵무기 폭발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를 말한다. 1970년 3월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국제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인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상 5개국이다. NPT 회원국이 아니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2003.1.10 NPT 탈퇴)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했다. “부분적으로만 성공한”(probably only partially successful) 것으로 평가되나, 실패로 평가되지 않았으므로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네타 미 CIA국장 지명자의 언급 이전에 미국에서는 합동군사령부(JFC)의 “아시아 대륙 연안에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 등 5개 핵보유국이 있다”(08.11.25),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북한과 같은 핵무기 국가”(08.11), 게이츠 국방장관의 “북한은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다”(Foreign Affairs, 2008.12), 국방부 핵무기 관리 태스크 포스(Task Force)의 “북한이 핵무기들과 미사일 운반 시스템을 갖고 있다” (08.12.18) 등의 언급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한 것은 아니며, 이러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등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하면 NPT체제는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NPT체제 강화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계’의 비전 아래 러시아와의 적극적인 군축 협상 추진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이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나 당국자로부터 나오는 북한 핵 관련 보고나 언급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작금에 일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 나오는 관련 보고나 발언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책임한’ 주장을 하거나 ‘정쟁적’ 차원의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안보관련 기관의 북한 핵무기 보유 관련 언급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기술적 측면이다. 2008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함에 따라 핵무기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현재 보유한 플루토늄 추정량에 근거하여 복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로 기술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실험을 했으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지(認知)하는 것이다.

둘째, 안보 전략적 측면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언급은 모두 국방 또는 안보 관련 기관에서 나온 것으로, 국가안보, 국방 전략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상정하고 전략을 구상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군사전략·전술적 측면이다. 합동군사령부(JFC)의 경우처럼 군에서는 군사전략·전술적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상정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세워야 한다.

넷째, 국제정치적 측면이다. 비확산·반확산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의 핵심 목표의 하나인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핵 폐기를 향한 국제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공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를 향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강구·구사하기 위해서이다.

다섯째, 북한과의 협상 측면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협상의 수준을 올린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무리하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의도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국방 예산 확보 차원이다. FY 2010 예산 확보와 관련 핵확산 방지 및 관리, 군사대비 등을 위한 예산 증대의 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모든 관련 부처들이 예산 증액을 위하여 활용하는 것이므로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미국 안보 관련 기관의 북한 ‘핵무기 보유국’ 언급 내지 보고는 기술적, 안보 전략적, 군사전략·전술적 차원에서의 현실적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무기 보유 국가’로 ‘대접’받으려고 하는 북한이 협상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협상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는 전술·전략을 펼치고 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를 계속 추진하면서도 특히 한·미간에 포괄적인 차원에서는 물론, 인식의 공유로부터 세부적인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으로 정책·전략에 대한 협력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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