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정안과 한국안은 `한 틀’

9.19공동성명 이행의 형식이 ‘크게 주고 크게 받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미국이 19일 북미 양자접촉에서 제시한 수정안이나 한국이 18일 기조발언에서 제안한 ‘패키지딜’이 모두 하나의 핵폐기 조치와 그에 대한 하나의 상응조치를 ‘일대 일’로 연결하기 보다는 복수의 핵폐기 조치와 복수의 상응조치를 묶자는 의미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폐기를 위한 4단계 과정(동결-신고-검증-폐기) 중 동결단계에서는 서면화된 안전보장 조치를, 신고단계에서는 경제적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북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제안한 패키지딜이 이행 형식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면 미국의 수정안은 그 원칙에 따라 담을 내용을 밝힌 것.

한국도 각각의 패키지에 담을 내용을 나름대로 상정하고는 있지만 우선 북미 간 의견교환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의 생각은 아울러 공동성명의 내용을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정상화 ▲경제.에너지 지원 ▲지역안전보장 체체 확립 등 이슈별로 나눠 워킹그룹을 구성해 이행하자는 중국의 제안과도 접점이 있다.

워킹그룹은 패키지 형태로 합의된 내용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공동성명 이행의 형식을 ‘일 대 일’이 아닌 ‘다수 대 다수’로 하자는 큰 원칙 아래 3개국이 역할분담을 한 것처럼 조각그림을 맞춰 매끄럽게 이행의 전체 윤곽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3국의 의견이 미리 충분한 조율을 거쳐 나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각국이 이처럼 ‘다수 대 다수’의 원칙에 공감하는 것은 북미 간 신뢰의 폭이 아직 충분히 깊지 않은 상황에서 ‘일 대 일’로 연계하려 할 경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핵폐기 이행 과정에서 건건마다 부딪히며 ‘크게 받고 적게 주려는’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국이 원하는 것을 한데 모으는 게 마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8일 패키지딜을 제안한 배경을 “한 가지 조치의 지연에 이행과정 전체가 볼모가 되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핵폐기의 보폭을 넓혀 더욱 신속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수 대 다수’가 제시된 것이지만 의도대로 원만히 굴러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도 관심있는 반대급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에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각각의 패키지에 담을 내용에 있어서는 역시 만만찮은 ‘힘겨루기’를 하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당장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수정안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9.19성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