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김 방북계획 현재 없다…두고 보자”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번 주 재차 방북해 북한측과 핵신고 협의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 “그는 오늘 워싱턴에 있다. 지금으로선 아무런 스케줄도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고 보자”고 말해 방북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그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 회의에는 주아세안 신임대사인 스콧 마르시엘 대사가 미국을 대표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가 당장의 성 김 한국과장 재방북을 부인했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성 김 한국과장의 방북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핵신고서에 넣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RFA는 미국의 외교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최근 싱가포르 미북 회동 당시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핵신고서 타결안의 일환으로 반드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해 북한 측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은 그간 6자회담 과정에서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이미 다 해결된 사안’이라며 논의자체를 거부해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일본은 지난해 ‘2.13합의’에서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성 김 한국과장은 북측과 협상에서 북핵 검증문제 외에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어느 정도 진전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 핵신고와 테러 해제 등에 관한 일정이 명확해진다는 점을 북측에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을 계기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검증과정이 시작되는 동시에 미북은 핵무기와 핵시설 제거 등 핵폐기에 관한 3단계 협상을 시작하고, 6자회담 외무장관 회담 재개문제도 논의한다.

이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담당국장을 지냈고 현재 외교협회(CFR) 부회장인 세모어(Gary Samore)박사는 “현재 핵신고에 따른 동시행동의 마지막 요소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해 성의를 보여줄 것으로 고집하고 있다”고 RFA에서 밝혔다.

그는 “현재 이 문제에 관한 정확한 단계가 어느 선인지 모르지만, 북한 핵신고와 미국의 테러해제 등 동시행동의 순서로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은 반드시 납치자 문제에 관한 일본정부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가 담겨야 한다는 점을 미국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소외됐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처럼 적극 외교노력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해서 일본 정부도 만족해하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핵신고서에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한 북한의 성의표시를 타결안의 일환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핵신고 문제 타결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미북 핵협상 과정에서 크게 소외됐던 일본인 납치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데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미일관계 전문지 오리엔탈 이코노미스트의 에니스(Peter Ennis) 편집장은 “(납치자 문제에 관해) 미일 양국의 대화가 분명 향상됐다고 본다”며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결정은 힐 차관보가 아닌 부시 대통령에게서 직접 나온 것으로, 부시는 겉으론 북한에 대해 화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론 상당히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고 현재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있는 데이빗 스트로브(David Straub)도 성 김 과장의 임무에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포함된다면 이는 부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그러면서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종 핵신고서에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한 성의를 보여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모머 박사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납치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며 “내가 이해하기론,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진전, 성의표시, 혹은 행동을 취해주길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