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대북접근법’ 한반도평화체제, 어떻게 될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평화협정 협상을 6자회담과 병행 추진한다’는 새로운 포괄적 대북 접근법을 미국정부가 구상 중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온 직후, 미국 집권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경우 미국-북한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마련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루거의 초안은 북한이 핵 폐기시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중유제공, 평화협정 협상개시 등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미사일 수송수단 및 화학·생물학 무기를 해체할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국제기구의 대북금융지원 후원, 인도적 에너지 제공 등의 추가 조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화협정 논의는 지난해 4차 6자회담에서 체결된 합의문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룰 당사자간 포럼발족’이라는 조항에 이미 시사된 바 있는데, 이번에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對北제안을 검토하기 시작한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핵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워 왔기 때문에, 미국 내의 평화협정 논의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의 국제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협정 검토론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해야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답하여 향후 사태 진전이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음을 강조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지원, 특히 중국의 정치적 지지를 배경으로 버티기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 핵 폐기라는 조건이 달린 당근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의 오랜 전통을 기준으로 보면 평화협정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은 상당한 양보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지난 1973년 ‘베트남 전쟁 종결과 평화회복’이라는 파리협정을 통해 북베트남 등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을 철수시켰으나, 북베트남이 협정을 파기하고 대공세를 취하여 남베트남을 합병시킨 쓰라린 경험 이후 공산주의자들과의 평화협정은 불가하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평화협정의 두 가지 쟁점

그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만약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화 되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우선 당사자 문제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자로 처음엔 남북한을, 74년 이후엔 북한 대 미국을 주장해 왔는데, 근래엔 남북한과 미국의 3자회담을 선호하고 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휴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UN군), 중국, 북한이 되어야 한다는 기계적 주장도 있으나, 현재의 상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실용적 사고가 적절해 보인다. 중국은 이미 미국 및 한국과 관계정상화를 했고, 남북한 사이에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불가침협정을 맺은 상태이다. 따라서 결국 미국과 북한이 주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이 참가하는 방식을 취하되, 추후 관련국들과 UN 등이 보증하는 평화협정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평화협정의 두 번째 쟁점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문제의 연동 여부이다. 북한은 당연히 미군이 철수하는 조건의 평화협정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강조하는 핵심적 이유가 미군철수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에서 속은 지난 경험과, 제네바 핵협상을 어기고 비밀 핵개발을 추진한 북한의 속임수 등을 의식하여 가능한 평화협정과 미군철수를 분리해 내려고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과 북한의 미사일, 화학무기 등의 폐기를 연계시키는 군축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평화의 가능성이 열릴 여러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정작 북한은 달러 위조에 대한 정당한 제재에 대해 반발하며 한 단계 진전을 이룬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결국 북한의 평화 운운이 한낱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