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추진 ‘북한관계법안’ 꼼꼼이 뜯어보니

▲ 포괄적 북해 해법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북한관계법안을 추진중인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연합뉴스

미 의회가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이행방안을 법률로 규정해 이를 보증하도록 추진 중인 ‘북한관계법’ 초안이 19일 공개됐다.

리처드 루가(공화)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핵 포기 이행을 위한 역락사무소 설치와 다양한 교류를 실시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매 단계마다 미국의 보상방안을 명시한 북한관계법 초안을 공개했다.

핵포기 단계별 로드맵을 답은 이 법안의 이행을 위해 워싱턴 D.C와 평양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문화, 교육, 체육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환 프로그램을 확대하도록 하면서 북한의 핵 폐기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에 상호 신뢰증진에 대한 내용이 담긴 근저에는 부시 행정부의 원칙적인 자세만으로는 북한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북-미 양국간의 신뢰회복이 핵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북한의 핵 폐기 이행과정을 6단계로 나누어 명문화하고, 북한 핵 포기가 완료되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 하도록 했다. 법안은 북한 핵무기 이외에도 미사일, 생화학무기와 지역안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첨단 재래식 무기 해체 단계까지 설정하는 포괄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첨단 재래식무기 해체까지 완료되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각종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이외에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이 담고 있는 북한의 핵 포기 시 상응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관계정상화에 나선다는 내용은 이미 9.19 공동성명에서 명문화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부시 행정부의 선(先) 핵 포기 방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법안이 제시한 단계적 해법의 내용만 가지고서는 새로운 대북 유인 효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루가 의원측도 “미 의회에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는 의원들이 있음을 북한에 상기시키고, 회담 참가국의 협상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루가 의원 측의 주장대로 이번 법안은 북핵 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미 의회가 법률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1기 부시 행정부 초기부터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전에는 믿기 어렵다고 강변해온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 달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북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제재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향후 북미간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데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세부적인 법률로 속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루가 의원 측은 이 법안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외교적 해결이 어렵다는 이 법의 입법취지는 지나치게 ‘나이브'(naïve)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994년 핵 동결을 전제로 북미가 체결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신뢰회복과 단계적 해결을 추구했음에도 결국 북한의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로 좌초된 교훈을 잘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