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北 ‘식량’…합의 우선순위 다르다

29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은 3차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문을 보면 양측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비핵화 사전조치인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영양 식품 24만t 제공’을 먼저 언급했고, 비핵화 사전조치는 맨 뒤에 담았다. 양측이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UEP 중단과 관련, 미국은 ‘모라토리엄(유예)’이라고 쓴 반면 북한은 구속력이 약한 ‘임시 중지’라고 표현했다. 이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이후 6자회담에서 사용된 ‘동결(freeze)’이나 ‘폐쇄(shutdown)’ ‘불능화(disable)’보다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북한은 식량지원을 언급하며 “미국은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표현한 반면, 미국은 “최초 24만t의 영양 지원을 하고, 지속적인 필요에 기초해 추가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노력’이라는 표현을 미국은 ‘가능성’이라고 말해 서로의 입장차가 보인다.


IAEA 사찰단 복귀와 관련해서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우라늄 핵시설 활동 중단의 검증·감시를 위해”라고 표현했지만, 북한은 ‘감시’라는 말만 썼을뿐 ‘검증’이라는 표현은 뺐다.


북한이 ‘경수로 제공 문제’를 언급한 반면, 미국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합의 내용에는 없는 것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관련해선 미측은 “미국은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안정의 기초로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측은 “조·미(북·미) 쌍방은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인정한다”고 표현했다. ‘쌍방’이란 표현을 쓰면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표문의 합의와 이행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이 같은 ‘미묘한 입장’ 차이는 이행 과정에서 첨예한 대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곧바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한미 양국의 당국자들도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핵 협상에서도 북한에 식량과 경수로를 내주고도 핵개발을 막기는커녕 시간만 벌어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합의 발표 하루만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확인되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는 없다’고 못박고, 경수로 제공 논의 등에 대해서도 ‘북한의 희망사항일 뿐’ ‘첫 단계 말했는데 1~7단계를 말하고 있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도 이 같은 입장의 반영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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