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능화 최종단계”…’6자회담’ 살리기 안간힘?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이 총 11개 공정 중 9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미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작년 연말을 기한으로 했던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과 핵 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중 불능화 작업은 그 이행이 지연되기는 했으나 현재 작업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이행이 완료될 것”이라고 지지(時事)통신이 5일 전했다.

불능화 작업의 경우 당초 영변 5MW 원자로의 핵 연료봉을 제거하는 작업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북한 외무성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무력화작업(불능화)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고 밝히며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핵 불능화 속도 지연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만간 불능화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 국무부의 기대가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12월 초 시작된 연료봉 인출작업도 기술.안전 문제를 감안해 하루 100개 정도는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 30개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빼낸 연료봉 숫자도 총 8천여 개 중 1천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북핵 6자회담 ‘2.13 합의’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약속한 대북 중유제공이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00만t 상당’의 중유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지원된 중유는 20만t 상당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유 5만4천t을 빠르면 이달 안에 북한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승인한 대북 중유지원 2차분 중유 5만4천t을 구입해 북한에 선적키로 했다”고 4일 RFA가 보도했다.

美 2월중 대북 중유지원 2차분 제공…6者 돌파구 열지는 미지수

미국의 중유제공이 긍정적 신호는 분명하지만 6자회담의 돌파구가 될 지는 아직 의문이다. 6자회담 지연의 직접 원인이 된 북한의 핵신고 지연은 단순한 중유제공 지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과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정확한 신고를 거부하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30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은 6자회담의 추진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6자회담 당사국들은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의 핵 신고 지연으로 6자회담이 공전되면서 미국 내에선 6자회담 돌파구를 열기 위한 단계별 접근론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30일 ‘북한: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마치면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적성국교역금지법 해제 중 하나를 해주고,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마친 뒤 나머지도 해주는 단계적 방안을 가능한 해법의 하나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당장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완전 삭제하지는 않되 이보다 아랫단계의 ‘불완전협조국’이나 ‘우려국’으로 지정, 북한이 핵 신고를 마치도록 지속 협상하는 ‘징검다리 해법’도 제시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지난달 29일(워싱턴 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이 정확하게 신고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신고하게 만들고 핵 신고를 세분화시키면 완전한 핵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美, 단계적 접근으로 북한 핵신고 유도 가능할까?

이와 함께,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1일 “경수로는 비핵화 과정이 마무리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따를 때 제공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경수로가 제공되지 않으면 북핵 폐기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 신고 이행을 위한 미국의 입장 변화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달 30일 한 대학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개발했다는 것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정도로 판단하고 있으니 신고에 부담을 갖지 말라는 신호다.

그는 또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과 관련, “북한이 30-4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이 5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온 힐 차관보가 ’30-40kg’이라는 수치를 밝힌 것은 북한에 융통성 있는 접근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정일 생일(2.16)을 뒤로해서 북한이 다시 6자회담에 복귀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찾았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도 관심이다. 그러나 그는 2일 베이징으로 돌아와 ‘북한 측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촉구했으나 직접적인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에서 보듯 자신의 방북 결과를 언론에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성 김 과장이 3일 워싱턴으로 돌아간 뒤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지난주 평양을 찾았던 왕자루이 부장의 활동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이 6자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북한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설지는 확실치 않다. 일단 대북 ‘현금창구’로 인식되어온 남한의 ‘햇볕’ 정권이 사라졌고, 미국 부시 행정부의 임기도 불과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 국들의 중유지원이나 ‘반대급부’를 받으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기 위해 관련 의제를 잘게 나누는 ‘살라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부분적으로 6자회담이 재가동 될 수는 있지만, 북핵 신고와 핵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