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6자회담 기대 반, 우려 반

“김정일(金正日)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요지부동이던 북핵문제에 돌파구가 열렸다”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를 하루 앞둔 17일 미국의 대비되는 두 기류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들이다.

미 언론과 정부당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동결조치에 들어간 데 대해서는 예외없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대북 정책, 이른바 다자(多者)간 외교적 해법이 마침내 4년여만에 가시적인 결실을 맺게 됐다”고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부시 외교정책 평가에 인색했던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의 영변원자로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감시단 수용은 2.13 합의 이행에 필요한 여러 단계중 첫 단계에 불과하지만 핵확산 방지를 위한 외교가 실제로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논평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기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다짐한 2.13합의의 다음 단계 이행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당사국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환영하고 나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런 낙관적 평가에도 불구,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핵심은 김정일 위원장이 과연 모든 핵프로그램과 물질을 신고하고 완전 폐기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불신이다. 근저에는 북측이 아직도 부인하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북한이 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한.미.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일 뿐 핵프로그램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핵과 관련해 지난 6년반동안 ‘마이 웨이’를 고수해온 부시 대통령이 ‘ABC(All but Clinton.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 일만 빼고 다 한다는 뜻) 정책’을 버리고 결국 클린턴 노선으로 복귀한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어쨌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과연 진실성을 갖고 이번 6자회담에 임할 것인지가 북핵 해결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북측의 진의 파악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분위기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난다. 이날 북미간 양자접촉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신고 추진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이 드디어 숨은 저의를 드러낸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선(先) 신고, 후(後) 불능화 입장을, 미국은 병행추진 입장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미국은 일단 북한측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눈치다.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단순한 협상용인지, 아니면 볼턴 등 일부 보수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의 시간끌기 전술의 일환인지 명확치 않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에선 불능화의 개념과 방식, 대가은 물론이고 2단계 핵폐기를 위한 고농축우라늄(HEU) 등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등을 놓고 북미간에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매코맥 대변인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가 올해 말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비관적 전망을 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김 위원장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나 “이번 6자회담 주의제는 불능화보다 목록 신고가 더 큰 고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이런 분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이번을 계기로 자국의 핵프로그램 일체에 대한 공개에 나설 경우 미국과 전혀 새로운 관계로 돌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돼 북미간 국교수립 등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은 북한측이 불능화와 연계해 제시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북미간 군사회담, 경수로 제공 요구에 대해서는 핵폐기 수준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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