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6자회담 평가 극명한 대조

20일 막을 내린 북핵 6자회담 결과를 놓고 미국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백악관은 “비록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정하진 못했지만 외교적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고, 국무부는 “대체로 긍정적 회담이었다”며 낙관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국무부 관리들은 적어도 공식적으론 “8월 중 5개 실무그룹 회담, 9월 초 차기 6자회담, 6자회담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6자 외교장관 회담 개최 일정을 잡은 것은 큰 외교적 성과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 언론은 전반적으로 최대 관심사였던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등 북핵 폐기 2단계 조치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 못한 사실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이 시한을 정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북한의 핵시설 폐쇄 약속 이행에 암운을 드리웠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실망스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려 노력했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와 AP 통신은 “북핵 6자회담이 시한 설정에 대한 아무런 합의없이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북핵 폐기 2단계 조치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5개 실무그룹회담에서 논의키로 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핵무기 야심을 꺾기 위한 회담은 이제 기술적 논쟁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핵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 평가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낙관적 평가에 인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던 탓으로 볼 수도 있다.

워싱턴 정가 소식지인 넬슨 리포트는 부시 행정부 관리들 말을 인용, “북한이 2.13 합의 등에서 약속했던 것만큼만 진전을 보여주었을 뿐 결정적인 내용은 회피할 정도로 속도를 늦추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무부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됐으며 북한이 미국측으로부터 ‘마지막 피 한방울’이라도 짜내기 위해 압박을 가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국무부 소식통은 “과거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BDA(방코델타아시아)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해 주었음에도 북한이 미국을 진땀나게 했던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북한의 행동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미 전문가들 대다수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아직 핵폐기의 핵심적 내용에 대한 결단을 못내렸고, 부시 대통령의 잔여 임기동안 최대한 대가를 얻기 위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넬슨 리포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에서 시한을 정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많은 난관이 대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내달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반도 비핵화 실무회담에서 북핵 폐기 2단계 이행조치와 관련,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범위, 기존 핵무기와 플루토늄 신고 등을 놓고 북미가 지루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적 위기에 대한 조언단체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피터 벡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은 ‘산넘어 산’이라는 한국 속담을 원용, “북핵 문제는 이제 첫번째 산봉우리에 도달했으나 앞으로 올라야 할 큰 산들이 너무나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체제 유지가 급선무인 김 위원장 입장에서 미국이 적대정책 포기에 관한 가시적 결과물을 제시하지도 않는 마당에 핵프로그램이나 핵무기에 관한 리스트를 먼저 미측에 제시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벡 소장은 “만약 6자회담이 끝내 결렬돼 군사적 행동이 필요할 경우 북한의 핵폐기 신고목록은 그대로 미측의 공격목표 목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도 “김정일 위원장은 대내적으로 체제유지 문제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한국 등을 의식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라우브는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반드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협상 단계마다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많아 부시 대통령 임기내 해결되긴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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