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폐기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지 18년만에 해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AP 통신 등은 26일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의 말을 인용,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천 본부장은 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 안전보장 조치, 평화협정, 북미 관계정상화 등 미측이 제안한 일련의 인센티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을 감안할 때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만 이끌어낼 수 있다면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북미 양자접촉과 지난주 북핵6자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3단계 관계정상화’ 방안을 실천에 옮길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분석된다.

말하자면 1단계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2단계로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며, 3단계로 북미 수교협상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조지 부시 행정부의 조건부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은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CIP) 선임연구원도 지난달 30일 뉴욕대학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12월 6자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국무부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987년 김현희가 연루된 KAL기 폭파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었다.

북한은 그후 눈에 띄는 테러지원 행위를 한 적이 없지만 1970년 일본 항공기를 납치한 일본 적군파 등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에도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에서 북한을 이란과 쿠바,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과 함게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국무부는 그 이유로 “북한이 테러리즘 관련 6개 국제협약과 의정서 당사자이면서도 국제 테러리즘과 싸우는 노력에 협력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납치문제를 테러 문제의 하나로 본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납치 문제를 테러지원국 지정의 주요인으로 명시한 바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도 납치했다는 신빙성 있는 보고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후 미국은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 25년여만에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키로 함으로써 테러지원국은 이제 북한을 포함해 총 5개국만 남은 셈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안이 부시 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부시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종전 선언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천 의지를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됐다.

무엇보다 북미가 조인식을 갖고 서명을 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화의 상대로 공식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미국측의 이런 적극적인 관계개선 움직임도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것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금처럼 북한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금을 포함한 대북 금융제재 문제에만 매달릴 경우 실현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 행정부의 재량사항이지만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이 의회측에 “해당 국가가 현재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식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6개월간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고 있음을 의회측에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를 추진한다 해도 의회의 벽에 부딪힐 개연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북한측이 3단계 북핵 5차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정한 뒤 북핵 폐기에 대한 의지를 가시화하지 않는 한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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