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확산에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북한 3개 회사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29일 자산동결 조치에 돌입하면서 북핵 정국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WMD 확산에 현재와 미래에 직접 관여하거나 연루된 회사들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함으로써 소위 불량국가(WMD확산 우려 국가)에 대한 외부자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자산 동결령은 지난 3월부터 준비된 것으로 핵관련 국면을 반영한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부시 행정부는 분명히 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정동영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와중에 이번 조치가 발표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달래기 협조차 방미중인 정장관에게 WMD 문제에 대해 미국의 원칙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라이스, 中에 추가 대북 제재조치 수용요구 예상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내달 아시아 순방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조치’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라이스 장관이 중국측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대북 추가제재 조치 수용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시류나 분위기에 연연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순을 밟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을 6자회담에 불러내기 위해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온 미국이 북한을 자극할 것이 확실시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량살상무기 해결에 대한 자국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지를 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북한이 유도하는 ‘냉온탕’ 협상 전략에 부시 행정부가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스스로 계획하고 있는 타임테이블대로 가겠다는 의미다.
美, 북 반응 연연않고 원칙행보
평양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울리자 관중들이 일어서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정도로 북한도 대미(對美) 유화전술로 가고 있다. 이근 북 외무성 미국 국장과 정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의 대미 관계개선 의지를 전달코자 미국으로 달려왔다. 일단 미국이 선공을 가하면서 맥이 약간 빠진 분위기다.
잠시나마 북-미 양국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복귀로 가닥을 잡은 만큼 이근 외무성 부상이 조셉 디트러니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30일과 1일을 경과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의 한국과 일본인 납치ㆍ억류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인권문제에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협상은 있으나 테이블에만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보내는 신호를 오판할 경우 북한은 스스로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재차 확인되는 시점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