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무시전략’..무엇을 노리나

“북한에 대한 ‘의도적 무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같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6자회담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인식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실험 이전 미국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일단 재개해야 한다는 당면 목표 아래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6자회담 틀 안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협의하는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은 북한에 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담보되지 않은 채 열리는 6자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9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탕자쉬안(唐家璇) 중국특사에게 했다는 ‘다소 진전된 발언’에도 미국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냉소를 보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인사들이 나서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일부 확인한 김 위원장의 발언조차 ‘별것 없다’고 일축하는 것은 ‘무시전략’에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과 ‘추가브리핑’에 나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6자회담 복귀 조건과 관련해서도 종전의 `선 금융제재 해제’ 입장과 뉘앙스가 다른 ‘우리가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할 테니 곧바로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새로운 내용을 제시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20일 “그런 얘기를 (중국측으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같은 날 “미국이 미국 화폐를 위조하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불법적인 자금 통로를 사용하는 것을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으로 종전 북한의 입장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는 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는 이번 사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상황 인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까지 해가며 상황을 악화시킨 만큼 압박을 통해 그들이 도저히 핵폐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도록 만든 상태에서 6자회담을 해야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미 행정부 주류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북한이 다소 ‘융통성있는 제안’을 하더라도 워싱턴의 강경기류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심지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밝히더라도 회담 전후로 북한의 핵 폐기 의사를 분명히 하길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들과 핵프로그램들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방법으로 제거할 것을 결의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내용이 국제법의 성격을 지니는 만큼 이제 북한의 핵폐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 져야할 의무가 됐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간헐적으로 보이는 ‘변화’가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 전술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뿐 아니라 정부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추가 핵실험 및 6자회담 관련 발언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 등 관련국 사이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분간 어설픈 대화국면의 복원보다는 강력한 대북 제재 수순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라이스 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의 1차적 의미도 ‘국제사회의 단결된 대응’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의 전술적 후퇴를 무시하고 ‘굴복에 가까운 후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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