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측이 ‘10.3 합의’에 따라 완료키로 했던 핵 신고 시한을 넘긴 가운데, 미국 측이 이에 대해 처음으로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북한 핵 신고와 관련,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들은 게 없다”면서 “그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지난 7년 거쳐서 북한을 다뤄왔던 경험을 비춰볼 때 회의적이라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이 북한의 핵 신고와 관련, “회의적”이라는 수사를 써가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일각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 연말 신고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도 소콧 스탠젤 백악관 부대변인은 “10·3 합의’에 따른 핵 신고 시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절차는 진전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이며 그럴 기회가 있다”고만 했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북 핵 협상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지연”이라며 “조만간 6자 회담 당사국들과 협의해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포함한 북 핵 협상 진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미국 측이 북한의 전면적인 핵 신고에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은 합의 반에 대한 단순한 ‘푸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북측에서 나오고 있는 일련의 반응들이 명확한 이유 없이 부정적 메시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란 것. 그나마 ‘비핵화 2단계’ 조치의 진전으로 평가됐던 불능화 작업도 최근 삐걱거리고 있다.
이는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지난달 경제적 보상이 늦어져 불능화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에 투입했던 인력을 감축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그동안 북한이 400명의 인력을 4개조로 나눠 불능화 작업을 진행했으나 최근 투입인원을 1개조로 줄였고 이런 사실을 미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또한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에 친서까지 보내는 호의를 보이며 성실한 신고를 촉구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것도 부시 행정부를 실망시키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장 6자회담 판을 뒤집기에는 미북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2월26일에는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도 열릴 예정이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핵 신고는 빨라야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 인출이 완료되는 2월 중순에서 3월 초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페리노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언제 우리가 신고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타임프레임(시간표)’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듯이, 미국이 마냥 자리에 앉아 북한의 신고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동북아 순방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역할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