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인권대회 이모저모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지원된 자금으로 프리덤하우스가 19일(현지시간) 첫 개최한 북한인권대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부는 어렵게 성사된 북핵 6자회담을 북한이 다시 거부하는 구실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당초 이날 발표하려던 제이 레프코비츠(43) 대북인권특사 지명을 늦추고 그에 따라 그의 북한인권대회 연설도 무산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미 정부에선 인권과 민주주의 등 세계보편 문제 담당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차관과 국제 인신매매 문제 담당 존 밀러 대사가 참석, 짧은 연설을 했으나 역시 북한에 대한 날카로운 언사는 피했다.

0…최근 민간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다시 지칭해 북한의 반발을 샀던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폐막 리셉션에 잠시 참석, 연설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친 채 퇴장하는 등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는 인권특사를 곧 지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미국 대외정책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핵심 요소는 “평화와 자유”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인권대회에 대해 “날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해 의미를 부여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원칙을 은연중 강조했다.

밀러 대사도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21세기의 자유 투쟁에서도 승리해야 하고, 세계 모든 곳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암시적으로 말했다.

0…이에 반해 미국 인권과 종교단체 인사들,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내각장관 등 민간인들은 북한 정권교체론도 주장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목청을 높였다.

유대교 라비인 에이브러햄 쿠퍼 시몬 위젠탈 센터 부소장은 “북핵 6자회담에 고통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대표하는 7번째의 의자가 있어야 한다”고 6자회담에서 인권문제 우선 제기를 주장했다.

그는 미 법무부에 나치 전범을 평생 추적하는 특수조사실(OSI)이 있듯 한국도 북한의 인도주의 범죄 책임자명단을 만들어 나중에라도 끝까지 추적, 처벌한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북한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최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면담했던 강철환씨는 “9살 때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죽어나간 많은 친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으나 지난 10년간 그럴 기회가 없었다”며 “한국 정부가 유엔인권위의 대북 인권결의안 투표에 3번이나 불참한 것은 일제시대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부터 8년간 대북 햇볕정책을 추진해오는 동안 북한의 인권이 더 나빠졌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없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데보러 파이크스 미 중부목회자연합 사무총장은 기자의 질문에 “현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자제’ 배경을 설명하고 “그러나 우리는 그 침묵이 미 정부가 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뜻으로는 보지 않으며 그 문제는 언제나 중심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일반 대중 운동에선 그 문제를 계속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장관은 “소련에 대한 비위맞추기(appeasement)를 중단했을 때 소련을 패퇴시킬 수 있었다”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련이 자국민을 감옥에 가두는 한 소련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정책을 분명히 했다”고 말하고 “소련을 패퇴시킬 수 있었다면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대북 경제 지원과 북한 인권 문제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북한과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는 중국에 대해 “인권과 경제, 정치, 국방 문제를 모두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0…이같은 분위기속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 대변을 위해 ’고군분투’한 정의용(鄭義溶)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북 인도주의 지원은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에 대한 일부 비판론은 대북 지원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지만, 현재 북한 주민의 가장 심각한 상황은 굶주림으로 근본적인 생존의 문제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지원은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연설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그러나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북한 인권문제를 점점 더 얘기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지하지 못할 지점에 점차 다다르고 있다는 인식이 당정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북한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노동법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보안법은 과거 미 정부로부터 폐지 압력을 엄청나게 받던 것이고, 유엔 인권기구로부터도 폐기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며, 노동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국제기준에 맞게 개정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시간에 쫓겨 다 낭독하지 못하고 배포한 연설문에서 “인권문제에 관한 한 모든 나라가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테러용의자 인권유린 논란을 우회 지적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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