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이란·인도核 세갈래 대응

부시 미국 행정부가 국가별로 각각 다른 핵 해법을 채택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면, 이란 핵 문제는 점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핵보유국 인도에는 예외적으로 핵기술과 연료 제공을 골자로 한 핵협정을 맺는 등 `시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가능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선택에 동조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6일 “프랑스도 인도와 원자력 협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핵문제라고 해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으며 주변상황을 고려하면 접근 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핵비확산 위반의 원조격인 인도에 면죄부를 준 것은 명백한 `삼중잣대’라는 비난이 국제사회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이란 핵은 물론 북핵해결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 행정부는 심상찮은 국제사회의 반발 기류에도 불구, 인도는 핵 확산을 했던 기록이 없어 신뢰성 면에서 핵우려 국가들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 마디로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즈 미 국무부 차관이 2일 “인도는 북한이나 이란과는 달리 민주주의 신념이 있고 국제적 사찰에 대해 확실한 다짐을 한 나라여서 미국의 특별 대접(special treatment)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데서도 이런 분위기는 잘 묻어난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이번 핵 사면 결정은 핵 비확산과 관련, 인도 정부의 자체적인 `개전'(改悛)의 노력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IT(정보기술) 성장을 바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활용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의 가장 가까운 주변국이면서도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과의 핵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란, 그리고 북한의 역공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04년 한국의 핵물질 실험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미국이 남한과 북한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 공세를 편 바 있다.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직후 원자력 수출통제체제 강화를 위해 결성된 핵공급국그룹(NSG) 44개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미국은 인도와의 핵협정 이전에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 아일랜드, 일본 등 일부 NSG 국가들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의 이율 배반적인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지지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NPT 체제의 `동요’도 예상된다.

그동안 핵보유국이면서도 미 가입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3국과 탈퇴를 선언한 북한 탓에 골머리를 앓아온 NPT는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보편성’에 큰 타격을 입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2003년 초 NPT 탈퇴 선언을 했지만 탈퇴를 문서로 확인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서방국가들은 북한을 여전히 NPT 가입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NPT가 보편적인 국제조약으로 작용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며 “그 기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란 핵문제의 경우 인도 핵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게 미 행정부의 입장이다.

미 행정부는 인도가 핵 비확산의 우려가 없는 `안심’ 국가라면, 이란의 경우 핵무기 개발을 정책적으로 결정했을 뿐더러 중동지역으로의 핵 확산이 우려된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6일(오스트리아 빈 현지시간)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제재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미국은 또 외교적인 해결의 프로세스가 진행 중인 북핵문제도 작년 `9.19 공동성명’의 채택을 계기로 북한의 핵포기로 가고 있고, 어느 정도 난관은 불가피하겠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이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인도에 핵 면죄부를 줌으로써 북한이 이를 6자회담 협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 포기에 대한 반대 급부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게 이중잣대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받을 것은 받는다는 차원에서 논리를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