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을 ‘소련 대용물’로 활용”

‘악의 축’ 등으로 불렸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소련 붕괴 후 한반도 냉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던 미국의 ‘소련 프락시(Proxy.대용물) 정책’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의 서재진 소장이 11일 주장했다.

서 소장은 이날 통일연구원 홈페이지 온라인시리즈에 올린 ‘한반도 냉전의 종언을 향하여’ 제하 글에서 “적어도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소원은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미국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소련이 붕괴된 후 1년 뒤인 1992년 11월 미국 군산복합체는 북한의 핵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북한을 소련 대용으로 활용해 왔다”며 “미국은 북한에 ‘불량국가’,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 온갖 딱지를 붙여서 그럴듯한 프락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 소장은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프락시로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커졌고 이란 핵문제와 이라크 정책이 감당하기 벅찬 열전으로 확대됐다”며 “중동에서의 열전 때문에 한반도의 냉전은 이제 프락시 구실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중국의 부상(浮上)에 따라 한반도에 대해 현상유지 정책을 지속하기보다는 남북을 통합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강한 동맹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서 소장은 추측했다.

그는 “한반도 냉전 종식은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생존전략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며 “미국.일본과 수교하면 북한은 제2차 핵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통치이념으로 활용하던 강성대국 논리로 되돌아가 경제회생에 주력할 것이며, 이러한 정책변화는 남한 자본의 대북진출 공간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외에도 “미국의 대북정책 종식, 북한의 핵포기 및 경제논리 우선정책, 남한 자본의 대북진출 확대는 북한의 체제 내구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어느 한쪽의 체제 포기를 전제로 하는 흡수통일방안의 현실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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