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미대화 조건 완화됐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미관계가 주목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언급에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사실상 북미대화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워 왔던 미국이 북한의 `정치적 약속’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한결 완화된 입장을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은 6자회담을 거부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희망하는 북한에 대해 북미 대화는 6자회담 틀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비핵화 조치를 다시 이행하는 구체적 조치를 북한이 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등 두가지를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북한은 올 들어 9.19 공동성명에 따른 비핵화 합의를 파기하고 영변에서의 핵활동을 재개하는가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을 추방하며,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의 두 조건 가운데 6자회담 틀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조건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지만 비핵화 조치 이행과 관련된 요구 수준은 구체적 조치 이행에서 정치적 약속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의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는 좀 더 구체화됐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중단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모두 이행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이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과정일 수 있지만 반드시 긴 과정일 필요는 없다”면서 “의무를 준수하고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약속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다시 이행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구체적 이행조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달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송에 출연, 9.19 공동성명 비핵화 합의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구체적 조치들을 취하면 6자회담의 맥락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당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약속 이행”이라면서 “그들이 그것을 시작하고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대화에 합의한다면 그때 앞으로의 진전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변화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미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움직일 수 있는 다소의 공간을 주려고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간 물밑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앞으로 대화의 형식과 조건에 대해 어떤 진전을 보일지 더욱 관심인 것도 이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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