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드럽게 대하는 북한 행보 눈길

북한이 잇달아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8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세계여자권투협의회(WBCF) 타이틀 매치에서 경기장을 꽉 메운 북한 관중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람매너를 보였다.

핵문제가 불거진 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미국과 대결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일 뿐 아니라 맘에 들지 않는 상대국과의 경기 때 야유를 퍼붓는 일부 나라의 스포츠 관람문화와 비교해서도 무척 성숙한 모습이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출신 기자와 가진 면담을 ’인권공세’로 비난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 최고당국자’로 지칭하면서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6.25 55주년을 즈음해서도 과거에는 각종 매체를 통해 미국의 전쟁 만행을 부각해 비난해 왔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북한은 이처럼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과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6일 정동영 장관과 면담에서 “미국이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면 우리도 미국을 우방으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도 23일 “미국이 우리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조ㆍ미 평화적 공존의지를 가진다면 조ㆍ미 적대관계는 우호관계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대미행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면담하면서 7월중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나타나는 것이어서 회담 재개를 앞둔 분위기 조성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고위관계자가 “미국이 ’폭정발언을 철회한다’고 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일종의 철회로 볼 수 있다”며 “7월 중에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면서 “(미국을)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은 미국에 대해 ’너희도 우리처럼 존중해 달라’는 북측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요구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제경기대회에서 핵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적대적 상대방에 대한 깎듯한 매너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을 수도 있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국에 대한 존중태도를 통해 역으로 자신들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어떠한 의도에서 시작됐든 6자회담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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