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논란탓 `기지이전 차질’ 우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 비용에 사용하는 데 대한 한국 내 논란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 장관은 또 올해 말로 철군이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의 동의.다산 부대와 관련, 한국 측의 추가적인 기여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은 2일 싱가포르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린 김장수(金章洙)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게이츠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사용하지 말라는 한국 국회의 견해를 들었다면서 이는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는 2사단 이전은 주한미군 측의 희망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관련 비용은 한국 측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이 아닌 미 측 자체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게이츠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김 장관은 “(이미 분담금 협상이 끝난) 2007∼2008년 방위비를 기지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2009년 이후) 외교채널을 통한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이와 관련한) 합의를 도출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회담 후 게이츠 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분담금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며 “현재 방위비 분담금이 기지이전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미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올해 말 철수가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동의.다산 부대에 대해 “(내가) 전 세계에 다니며 아프간 문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아프간의 중요성을 감안, 한국이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파병 연장을 기대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동의.다산 부대는 국회 의결에 따라 올해 철수할 예정”이라면서도 “아프간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PRT(지방재건팀)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PRT는 지방정부의 능력개발과 재건, 경제 발전을 위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미 국무부 주도의 다국적 종합 민수용 사업팀이다.

회담에서는 오는 6월 임무종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 자이툰부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게이츠 장관은 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필요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 국회에서 주둔 시한에 대해 제한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는)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주둔(representation)과 PRT 참여와 관련, 특별히 재고해줄 것을 (김장관에게) 요청했다”고 재차 소개하고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답변을 맡기겠다”며 바통을 넘겼다.

이에 대해 회담장 주변에서는 게이츠 장관이 동의.다산 부대에 대한 입장을 통해 자이툰부대 파병연장에 대한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김 장관은 미국 정부가 해외로 무기를 수출할 때 상대국에 적용하는 ‘구매국 지위’를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현재 나토(NATO)에는 FMS 1등급을, 호주.일본.뉴질랜드에는 2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1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구매할 때만 미국 의회의 심의를 받고 심의기간은 15일을 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3등급인 한국은 구매액이 5천만 달러가 넘으면 일일이 미 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심의기간도 평균 3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또 KF-16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부품 지원 우선순위를 규정한 미국의 ‘부대임무지정부호’(FAD)를 기존 3등급에서 2등급으로 격상해줄 것을 주문했다.

FAD를 한 단계 격상하면 기존 최대 18개월씩 걸리던 부품 조달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과 게이츠 장관은 이밖에 전시 작전통제권 이전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최근까지 총 23개의 반환을 완료한 주한미군기지 반환문제,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 문제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장관은 이날 회담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 전작권 전환,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도 “우리는 지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현안들을 해결했다”며 “이는 (한미가) 미래에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위한 길을 놓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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