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주의 증진법’ 추진, 세계민주화 시동건다

▲’북한인권법’통과당시 모습

민주주의 확산과 증진을 통해 독재국가를 민주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안보ㆍ국익을 보호하고 세계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민주주의 증진법안’이 곧 미국 하원에 제출될 것이라고 조선일보가 2일 보도했다.

‘민주주의 증진법’은 무엇을 담고있나?

이 법안은 2025년까지 전 세계의 민주화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평화적 방법으로의 세계 민주주의 강화 ▲비민주 국가의 민주화 이행 지원 ▲개인의 자유와 종교자유, 인권의 확대 ▲민주국가들간의 연대강화 ▲민주화 운동 기구ㆍ개인에 대한 지원확대 등을 내걸고 있다.

총 6개장 29개 조항으로 이뤄진 법안은 구체적 정책조치들을 강제시행 형태로 열거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실무책임부서로 국무부 내에 ‘민주화운동ㆍ이행국’을 신설하고, 부서의 임무로 ▲민주화 운동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한 지원ㆍ관계개발ㆍ협의 ▲비민주 국가의 평화적 변화프로그램과 전략 개발 ▲비민주 국가 내 민주화운동 단체들에 대한 교육과 교육장비 제공 ▲미 정부와 그런 단체들과의 관계 강화 등 10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또 재외공간이 현지에서 민주이념 전파의 선봉에 서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비민주국가내 재외공관장은 대학과 고급연구기관 강연, 그 나라 지도자들의 토론에 나서야 하며, 재외공관에는 ‘민주주의 증진 담당관’을 두는 외에 외교관들에 대해서는 ‘비군사적 방법으로의 민주주의 증진 전략과 방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하도록 했다.

법안은 여러 가지 기구와 장치들도 신설했다. 세계 6개 지역에 ‘지역민주주의 허브’를 설치해 민주주의 이념확산의 중추기지로 삼고, ‘민주주의 촉진 자문위’를 두도록 했다. 또한, 전 세계인들이 접속할 수 있는 ‘민주주의 증진 웹사이트’를 만들어 모든 내용을 비민주국가들의 언어로 번역해 싣는 등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재정면에서는 민주국가들간의 ‘민주주의 공동체’ ‘세계민주주의 구축센터’ 지원예산으로 2006년에 2천5백만 달러를 책정했다. 민주주의 증진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ㆍ개인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인권ㆍ민주주의 펀드’에 2006년 1억달러, 2007년 1억5백만달러, 2008년 2억달러, 2009년 2억5천만 달러 등 향후 4년간 7억 달러를 배정토록 했다.

‘민주주의 증진법’ 왜 만들어졌나?

‘민주주의 증진법안’은 지난 해 7~8월경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7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프 리버먼(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 샘 브라운백(공화ㆍ상원 동아태소위원장)상원의원이 주도하고, 프랭크 울프(공화), 톰 랜토스(민주)의원 등이 동참하며 법안 골격 만들기가 본격화 되었다.

이들은 이라크전과 같은 무력으로는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정착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동유럽 민주화에 기여한 헬싱키프로세스에 주목하며 이 법안을 고안했다.

의회 밖에서는 미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연구원이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호로위치 연구원은 이 법이 북한 등 이른바 ‘폭정의 전초기지’ 국가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내용이 부시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천명한 ‘폭정의 종식’ ‘민주주의 확산’과 같은 이념적 배경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부시의 민주주의 확산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 증진법’ 미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한편, 아직 미 의회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전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증진법안’이 미 상ㆍ하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법안을 준비한 측은 지난해 상ㆍ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처럼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안의 명분과 내용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민주화하고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입안과정에 참여한 의원들이 민주ㆍ공화 양당의 중진급 의원들로 동조세력 결집에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데다, 7개월 간의 준비과정으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법안이 평소 북한인권문제에 앞장서왔던 강경파들이 주도하고 있어 이상론적 측면이 존재한다는 회의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주의 증진 대상국가에 대한 일부 내정간섭적 요소나 북한이나 이란의 핵문제 등 외교적 현안해결에 미칠 영향등을 근거로 한 신중론도 제기될 수 있다. 작년 10월 공포된 ‘북한인권법’이 북한 등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비민주국가의 미국 공관들이 담당관을 두고 민주주의 이념 전파에 나서도록 해두고 있어 해당국간의 외교 갈등을 불러 일으킬 소지도 있다.

국내 한 국제문제전문가는 “북한인권법안도 처음에는 자유 법안이 하원에 제출되었다가, 수정을 거쳐 1년만에 통과된 것”이라며 “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안도 오랜 시일과 검토를 요하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이번 법안의 경우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법안의 특성상 전 세계적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만큼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