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말레이시아 北계좌 동결 조치 돌입

미국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의 의심스런 계좌 여러 개를 발견해 이를 동결하고 봉쇄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결의에 따른 미국의 대(對)북한 ‘돈줄 죄기’가 본격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이나 홍콩, 마카오를 벗어나 동남아 국가 내 계좌로까지 봉쇄 대상을 확대시켰다는 것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금융봉쇄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혐의로 이란에 소재한 ‘홍콩일렉트로닉스’의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조치를 취했다.

최근 워싱턴의 정보소식통은 “말레이시아에 북한의 수상한 계좌가 몇 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에 대한 봉쇄에 나섰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말레이시아 내 북한 계좌 동결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얀마에 수출하는 군사장비 등에 대한 대금을 말레이시아 계좌를 통해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미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했던 것을 볼 때 말레이시아 내 북한 계좌에도 상당한 금액이 예치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홍콩, 마카오, 유럽 등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거래에 대한 의구심 제기만으로도 여러 국가들과 기업들이 북한과의 거래중단을 요구 등을 할 것”이라며 “만약 BDA 만큼의 자금이 말레이시아 계좌에 있다면 그 만큼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북 금융제재를 공언한 이후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대북제재전담반이 최근 중국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골드버그 조정관 일행은 5일 말레이시아의 해당 당국자와 만나 북한 계좌 봉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전담반이 최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돈 줄을 확실히 틀어막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압박을 북한에 가함으로써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미국은 지난 2005년 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킨 과정에서 북한의 자금 흐름에 대한 상당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이미 BDA 자금 동결의 주역인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도 대북제재전담반에 참여,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북제재 ‘행보’와는 달리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의지가 확고한 만큼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당분간 확대·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제는 부시 행정부의 금융제재 때와는 국제적 지지도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며 “현재 상황이 2차 핵실험 이후의 사태로 인해 안보리결의 1874호의 이행일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행하는 제재는 상당한 명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부시 행정부에서는 BDA조치를 해제하면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사용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참가를 위한 미끼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심리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