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카오 은행 `北불법거래 창구’ 파문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匯業銀行)가 북한의 불법 자금운용 창구역할을 해왔다는 미국 당국의 발표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이 오랫동안 마카오를 통해 자금조달을 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미국이 델타 아시아 은행을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 마약대금 세탁 창구라고 공식 지목한 것은 북핵 6자회담 타결과 맞물려 만만찮은 의미를 갖고 있다.

델타 아시아 은행은 지난 16일 미 재무부의 발표 직후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져 이틀동안 자본금의 10% 가량인 3억파타카(한화 397억원)이 빠져나갔다가 마카오 정부와 은행측의 적극적 노력으로 평온을 되찾았다.

◇미국이 갖고 있는 증거는?= 미 재무부 발표 직후 마카오측은 증거도 없이 마카오 소재 은행을 북한과의 불법 거래창구로 모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제임스 커닝햄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는 미국 정부가 충분한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며 마카오에 반(反) 돈세탁 관련 법률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달 아시아와 연계된 국제 밀매조직을 적발하고 모두 4천600만달러(460억원) 상당의 위조지폐 및 가짜 담배, 무기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북한-마카오 커넥션의 결정적 증거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 수사당국은 가짜 결혼식 초청을 통해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서 밀매조직원 59명을 체포하면서 이중 2명의 결정적 증인을 확보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조직에 잠입한 수사관들은 이들 위폐, 무기 등을 구매하는 척 하며 중국은행과 대만 국제은행의 마카오 계좌에 모두 118만달러를 입금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이들 위폐 등이 어디에서 제조됐는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 대부분의 제품이 북한에서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년여 북한의 밀수 네트워크를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위조달러 제조, 유통 및 마약밀매 단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마카오 관계= 북한과 마카오간 거래가 표면에 등장한 것은 최소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초 캐나다 법정에서 마카오 주재 북한 기관원이 당시 한국 대통령을 어떻게 암살하려고 모의했는지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1987년 KAL 858기 폭발사건도 마카오 주재 북한 기관원이 개입됐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미국은 지난 94년 마카오를 거점으로 한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유통 사건을 처음 적발했다.

마카오 소재 북한기업인 조광무역은 지난 2003년 한국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에도 한국측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2천235억원을 송금하는 통로로 활용됐던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은 마카오와 북한의 관계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와 관련해 이미 충분한 증거와 정황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은 특히 조광무역이 델타 아시아 등과 거래하면서 돈 세탁과 위조달러 배포를 관장해온 것 외에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필요한 부품도 조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홍콩의 정치경제 컨설턴트인 로버트 브로드풋은 “북한이 마카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미국은 정밀 감찰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의도는 = 지난 8일 미국이 마카오를 거점으로 한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에 연계된 아시아 은행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16일 델타 아시아 은행을 지목한 미 재무부의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19일 북핵 6자회담이 타결되기 전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의 발표가 6자회담과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주요 대외 금융창구인 마카오 소재 은행을 봉쇄함으로써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 북한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에 응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이밖에도 미국 정부가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마카오를 상대로 선제 경고장을 보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카오는 2002년 카지노 3곳의 설립을 허용하면서 이중 한곳을 미국 기업에 할당했다. 또 마카오의 적극적 외자유치 노력으로 작년 3분기에만 미국, 홍콩 증시에 상장된 110여개 기업이 마카오에 투자하기도 했다.

델타 아시아 은행에 경고를 보냄으로써 북한 대외거래의 가장 큰 창구인 중국 최대 시중은행인 중국은행을 옥죄면서 아직 돈세탁 방지 법안을 마련치 않고 있는 중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미국 기업들이 대거 몰려가고 있으나 제도적 미비점 등으로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자 마카오를 매개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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