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차드슨 방북단은 對北 ‘친선사절단’?

북핵 ‘2∙13 합의’ 초기 이행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인사들의 대북접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이 이미 풀어준 BDA 북한동결자금이 중국 내 은행의 ‘북 자금 이체 불가’로 뜻하지 장벽에 부딪히자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해결사로 나서 직접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북한은 동결 해제된 BDA 자금이 자국 계좌로 입금될 때까지 핵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6자회담 장에서 철수했다. 북한의 태도를 문제 삼는 기류는 없다.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이례적으로 장기체류까지 하면서 북한돈을 이체해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관계자가 포함된 민간 차원의 방북도 예정되어 있어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은 3일 민주당 소속 빌 리처드슨(사진·우) 뉴멕시코 주지사와 공화당 출신 앤서니 프린시피 전 보훈처 장관을 비롯한 초당파적 민간 대표단의 방북계획을 발표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앤서니 프린시피 전 보훈처장관이 민간 양당 합동 대표단을 이끌고 8~11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며 “이번 방문은 한국전 실종 미군의 유해 반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의 방북이 민간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부시 행정부에서 보훈처 장관을 지낸 공화당 소속 프린시피 전 장관도 포함되는 등 방문단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6자회담 차석 대표인 빅터 차(사진·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동행하는 것으로 확인돼 단지 민간차원의 방북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북핵 협상 핵심 실무라인이다.

또 ‘민간차원의 방북’이라고 주장하는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의 방북일정과 목적 등을 직접 발표했고, 2∙13 북핵 초기합의 이후 미북관계가 진전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의 방북은 미북간의 주요 의사소통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방북단의 성격이 초 당파적이고 백악관 및 국방부 관리까지 동행하자 사실상 비공식 친선사절단이라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달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친서와 특사 방문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음을 피력한 것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대북 접근에 대해 북핵폐기를 위한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조치도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BDA 자금이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영변 원자로 폐쇄 조치에 돌입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태라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도 시효를 넘길 수 있다. 상대방은 버티면서 협상장을 뛰쳐나갔는데도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모양새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BDA문제로 북한이 고집을 피우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북핵문제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대북 유화접근만 강조할 경우 계속해서 북한의 협상 페이스에 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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