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이스 순방 앞두고 `對北외교압박’ 정리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한 후에야 북한에 이익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번스 리비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11일 오후 (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6자회담 토론회 때 지난해 제3차 6자회담에서 내놓은 미국의 제안이 북한의 동시행동 요구와 달리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한 후에야 북한에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6자회담 진전을 가로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잘라서 대답한 말이다.

이에 앞서 10일 미 의회 부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 6자회담 청문회에 출석한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 특사도 북핵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동시조치안을 내놓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미국안도 북한이 우라늄 계획을 포함해 포괄적이고 검증가능하게 핵 폐기를 공약하면 우선 다자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그 공약을 실천하면 관계정상화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위한 대화를 한다는 것이어서 사실 동시적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미국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꺼리던 미 행정부 자세와 달리 “북한에 혹시 아직 이해못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혹은 “미국 입장을 다시 한번 확실히 해두기 위해” 미국의 제안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해설했을 뿐 아니라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음으로써 행정부내 대북 정책 검토와 정리가 끝났음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설명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공약 실천’이 `완료’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시사한 점.

이와 관련, 북한은 3차 6자회담 당시 미국측의 제안을 `진지한 것’으로 평가했다가 나중에 미국측 안을 자세히 공개하면서 “우리의 일방적인 핵폐기가 깨끗이 완료된 다음에야 저들(미국)이 할 바를 논의나 하겠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이 두 사람과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 등 실무 고위관계자들의 북핵과 6자회담 관련 언급엔 북한, 중국, 한국에 대한 접근 원칙이나 주문이 명확하게 정리돼 제시되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해선 6자회담에 복귀하면 북한의 관심사와 미국의 관심사를 어떤 것이든 `논의’하겠다고 밝힘으로써 6자회담 틀내에서 대북 협상 용의를 강조하되, 6자회담 복귀전 복귀를 위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의 대북 식량.연료 제공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존심이 강해 독립적”이라는 점을 일단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가진 대북 지렛대가 가장 크므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물론 그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한 양보까지 받아낼 책임이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리비어 차관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일부 한국 정치인들의 입장을 보면 한국과 미국이 과연 `같은 입장(on the same page)’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며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이냐 경제회생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붕괴시 혼란과 경제적 부담이 한국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을 감안할 때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한미간에 “매우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그동안 일부 미 언론의 보도에서처럼 북한 편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 필요성 논란 가운데 종종 “정작 6자회담에서 소외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받는 처지였다.

그러나 북한의 2.10 선언으로 대북 유연론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것을 계기로 미국이 6자회담 구도를 다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북한을 포위, 압박하는 구도로 역전시킬 기회를 포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로드먼 차관보는 10일 증언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선언한 만큼 중국은 북한의 핵 야심과 의도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벗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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