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 금융제재·테러국 재지정’ 선택은?

미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의 공조,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 이외에 독자적 제재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우선 한국 정부의 천안함 대응 조치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양자적 대응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미 정부는 내일(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곧바로 지지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들이 중점 협의될 예정이다. 24~25일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하는 클린턴 장관은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대응 조치는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실시, 서해상 대북 경계태세 강화 등 군사적 압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양국간 공조에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20일(현지시각)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측면에서의 후속 조치에 대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것이며 미국은 긴밀하게 협의하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적 대응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조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장관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천안함 공격 행위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 지역적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적 대응이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면서 유엔 차원의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클린턴 장관의 중국 방문과 이달 말 한·중·일 정상회담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자체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며 “물론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을 비판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 대북제재에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의 금융제재를 포함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중심으로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에서 행정부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독자적 대북 제재 수단을 검토해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금융 분야 및 다른 분야에서 독단적으로 (대북) 조치들을 취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북한에 명백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행정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유엔안보리 1874호 결의를 비롯해 미 재무부의 독자적 제재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된 북한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금융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제재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김정일 정권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미칠만한 금융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한 응징 수단은 제한적이지만 3년 전 마카오에서 북한의 돈세탁 네트워크를 동결시킨 것처럼 북한의 해외 자금원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덕민 교수도 “BDA 사건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 자체를 파산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것은 곧 은행을 관장하는 국가의 신임도에도 문제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독자적 대북제재 안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BDA와 같은 금융제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금융제재를 통한 독자적 제재안도 의미가 있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이 상징성 면에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북한이 정상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에 대한 압박도 클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기 전의 상황으로 전부 되돌아갔기 때문에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는 요건은 충분히 충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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