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로 문제해결’ 담긴 대북기조 발표…文정부와 공조는?

미국 정부가 북한을 강력한 제재로 압박하되, 결국 북핵 등의 문제는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대북정책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이 상하원 의원들에게 공개한 대북기조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표한 대북정책 기조는 경제제재와 외교압박, 협상을 병행해 평화로운 방법으로 북핵 포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25일(현지시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방미 기간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이 최근 확정한 대북정책 4대 기조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의하면, 미국의 4대 대북정책 기조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 모든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주무 부처인 국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 에너지부의 참여와 더불어 국가안보회의(NSC)의 관장 아래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하며 대북정책 리뷰(review) 기간을 가져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는 물론, 중국과 일본 정부의 의견도 수렴해 새 대북정책 기조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무력 사용 시사하던 美, 최종 해법 ‘대화’ 강조해 주목

미국의 4대 대북정책 기조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이 북핵 해결 과정서 군사옵션 등 무력 사용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등 미 대북정책에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 상하원 의원들에게 대북기조 합동성명을 공개하기 전까지, 대북 선제 타격을 비롯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왔다. 하지만 합동성명서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과 더불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 이후, 최근까지 줄곧 군사적 옵션에 관한 발언은 삼간 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 차원에서 경제·금융제재 강화와 테러지원국 재지정, 김정은 일가 자산 동결, 중국의 대북압박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등으로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사적 조치로 거론됐던 북한 핵·미사일 시설 선제타격 등 강경 대응책은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되 최후의 카드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전날 “현재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먼저 타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어떤 방법으로 북한 정권의 취약점을 공략하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신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에 따라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미 행정부도 본격 대화나 협상 카드를 북한에 던질 가능성이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북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만남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1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개발(nuclear process)과 관련 실험의 전면중단(total stop)이 이뤄진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완전한 북핵 폐기’에서 ‘핵실험 중단’으로 대화 전제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 ‘대화’ 가능성 열어뒀다는 공통점…트럼프-문재인 대북정책 공조 향배는?

한편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4대 기조가 공개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의 향후 대북공조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문재인 정부도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표면적으로 볼 땐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제재와 압박의 수위나 강도 측면에서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할 수는 있다. 특히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협상의 ‘전제’로 하고 있는 데 비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대화와 교류’를 제재·압박과 병행하는 경우까지 고려하고 있다.

실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이상철 1차장, 김기정 2차장 등 ‘대화파’로 분류된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강도 제재와 대화 전략 사이의 균형감 유지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내달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북핵 해법 간의 이견을 좁히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26일 데일리NK에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나 정책적 성과에만 매몰되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북한의 셈법을 바꾸는 데는 실패하고 정치적 쟁점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면서 “새 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꾀하고 싶겠지만, 대북 국제공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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