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는 대화, 제재는 제재’

▲ 美 헨리 폴슨 재무장관

지난 5월 미국 행정부 내에서 국무부가 마련한 ‘새로운 포괄적인’ 대북 접근안이 뉴욕 타임스에 보도돼 주목받았다. 그러나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이 방안은 잠복하고 대북 제재 강화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의 더욱 포괄적인 접근법’이라는 외교적 노력이 다시 시동됐으나, 재무부의 금융수단을 주축으로 한 미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이와 무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의 대북결의가 있었으나 아직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취한 조치는 없음을 지적, “언제라도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내용은 이미 알려진 대로 대북송금과 대북투자를 다시 금지하는 금융제재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모든 북한 선박의 검색 조치도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으나, 국제법상의 문제와 그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반응 때문에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대북 제재 내용에 대해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는 애국법에 근거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이미 시행해온 대로 자산동결과 거래금지 조치 대상에 북한 기업과 개인을 추가하는 독자적 조치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제재의 정당성을 더욱 크게 확보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제 협력망 구축에 현재 주력하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재무차관이 7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미국이 미사일 등의 확산에 연루됐다고 지정해 제재한 북한의 ‘간판’기업들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도 유사 조치를 취하는 것을 `최소한의 유엔 의무 이행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 고위관계자들은 특히 미국의 제재 일정에 대해선 밝히지 않으면서도 일본이 이달중 대북 금융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일본이 앞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논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도전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했는데도 아무 일 없이 지나쳐선 안되며 북한의 행동에 엄격한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대북 외교 효과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며, 따라서 제재도 강압 ‘외교’의 일환이라고 재무부 고위관계자들은 의회 청문회와 인터뷰 등에서 강조하고 있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조치를 비롯해 재무부의 금융수단을 통한 대북 압박은 9.11테러공격 이후 시행한 테러자금 차단 효과에 착안한 것이다.

특히 딕 체니 부통령의 데이비드 애딩턴 비서실장은 국가안보관련 법령에 관한 한 부시 행정부내 최고 전문가로, 9.11 이후 테러자금 색출.차단 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막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체니의 체니’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체니 부통령의 대북 강경책과 애딩턴 비서실장의 국가안보 관계법령 지식이 북한의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신중론도 제기되고는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15일 한 강연에서 “제재 강화는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돈 오버도퍼 교수와 공동으로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도 제재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며 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도 공화당측의 안보문제 선거쟁점화 전략에 정면대응,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은 물론 대북 정책도 실패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최근 민주당 지도부와의 합동 회견에서 “평화는 친구가 아니라 적과 하는 것”이라며 북한과 직접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가져다 준 충격이 워낙 커 대북 협상론의 입지는 부시 행정부 안팎에서 극도로 좁아진 상태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의회 청문회에서 부시 행정부 내에 “북한과 협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시인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명분론에 대해 명분이라면 북한이 자신에게 대북 협상론을 펼 명분을 줘야 한다고 되받을 정도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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