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일정상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3일 북핵 6자회담의 향방과 관련, 사실상 차기 미 대통령 당선자의 선택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6자회담 개최 일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22일 국회 국감에서 6자회담 개최 일정과 관련, “이달 30일 아니면 다음달 초순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6자회담이 대개 3일가량 진행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달 30일 회담이 개최될 경우 대선 직전이나 대선 당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다음달 초순에 열리면 대선 직후에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계통을 밟아 조지 부시 대통령에 게 협상결과를 보고하는 한편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협상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증의정서를 채택하더라도 실제 검증활동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검증방안을 확정해야한다. 검증 자체가 워낙 전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검증방안 마련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차기 행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1일 북한과 미국간에 합의된 핵 검증원칙이 차기 6자회담에서 대부분 수용될 경우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검증의정서 채택과 이후 6자회담에 대한 영향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공화당 매케인 후보가 현재의 열세를 딛고 역전에 성공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매케인 후보 진영은 힐 차관보가 주도한 북.미 검증합의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6자회담에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바마 후보의 경우 6자회담과는 별개로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쟁점 현안을 타결짓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6자회담의 향후 성격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유 장관은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해도 여러 정책적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한 급속한 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자회담 틀내에서 공화당내 강경파들의 견제 속에서도 북한과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힐 차관보의 거취도 관심사다.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서 발탁된 힐 차관보가 오히려 공화당 핵심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힐 차관보가 차기 행정부에서도 상당기간 6자회담을 이끌거나 다른 요직에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차기 6자회담에서 북한과 담판을 짓고 그 내용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할 수 있다”면서 “최근 힐 차관보의 위상이 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선이 끝나고 정부 인수인계 활동이 본격화되면 ’새술은 새부대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겠지만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힐 차관보가 생존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힐 차관보 본인이 북핵 협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