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의 회동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RFA는 힐 국무부 차관보가 10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의원들을 만나 ‘미국이 북한의 핵신고를 대신 신고하고, 북한을 이를 인정한다’는 합의 내용을 의원들에게 설명했지만, 참석 의원들은 못마땅하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싱가포르회동에서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acknowledge), 미국이 기술한 사실들에 대해서 도전하지(challenge) 않는다는 형식으로 된 ‘비밀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양에 대한 검증과 플루토늄 생산시설에 대한 사찰허용, 그리고 농축 우라늄활동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대목을 모두 기술하는 신고서를 앞으로 ‘수주내’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고서에는 북한이 2006년 단행한 핵실험과 관련해 핵 원료로 쓰인 플루토늄의 양에 대해서도 기록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내용에 대해 의원들은 상당한 의문과 함께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 활동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대목을 북한을 대신해 신고서에 적고 북한은 이를 인정하고 도전하지 않는 방식의 ‘비밀 양해각서’ 형태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힐 차관보의 설명에 대해 의원들은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밝혔다.
의원들은 힐 차관보가 합의한 핵신고 방식에 따른다면 미국이 이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 받는 상황에서, 영변 이외의 미국이 모르는 핵시설에 대한 추가 정보를 북한이 내놓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것.
가장 핵심인 우라늄 농축활동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대목에 관해서도 의원들은 북한이 솔직하게 신고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를 근거로 북한을 대신해 신고할 경우 그런 정보의 정확성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힐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향후 핵신고서에서 이미 만든 핵무기와 현재 갖고 있는 핵무기 숫자를 밝힐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소식통은 “비핵화 2단계인 북한의 핵신고를 지나서 실제 핵폐기 단계에 해당하는 3단계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량과 관련해 기존에 시인한 30kg 이외에 추가 관련 정보를 더 제공할지에 대해서도 힐 차관보는 의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또한 핵신고서에는 북한이 핵실험 당시 사용했던 핵무기를 만든 시설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의원들은 더욱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신고 의무 완수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모든 핵신고는 검증의 대상”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6자회담에 따른 북핵신고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를 판단하려는 과정에 있다”며 “우리는 아직 북한이 (신고)의무를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