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제재 이중용도(?)

“북한이 핵물질을 알 카에다에게 넘기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김정일(金正日)에게 모든 외환자금을 끊어 정권을 내파시킨다는(implode)는 아이디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북한 정권을 내파시킬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2개월이면…”

미국 NBC 방송의 터커 칼슨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17일 저녁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과 인터뷰에서 묻고 로이스 의원이 대답한 내용이다.

또 한 대목. “(한국의 대북 경협에 불만을 표시한 뒤) 오늘 오후라도 한국에 ’어이, 우리 군대 3만5천명인가 3만7천명을 뺄테니, 네 나라는 네가 지켜보지, 친구’라고 왜 말하지 않나”
“그게 아마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암시하려는 것일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바로 그런 압력을 가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갔다. 중국도 포함해서다…라이스 장관은 기본적으로 이런 미국의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거기 갔다”

미 하원 비확산위원회 위원장인 로이스 의원의 ’북한 정권 내파론’이 부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터커 칼슨의 주한미군 숫자 ‘3만5천명인가 3만7천명’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담 내용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에서 일고 있는 다양한 갈래의 논란 중 강경쪽에 선 사람들의 입장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핵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지 않을 것”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식언’에 대한 불만, 북한의 핵무기나 물질이 알 카에다 등 테러집단 손에 넘어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 그 해법으로 북한 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모두 담겨 있다.

칼슨이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로이스 의원은 “지금 시작한 대응이 김정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 의도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며 ’내파론’을 폈다.

로이스 의원은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항구에서 나오는 선박마다 검색을 실시하려 하고 있고, 북한의 모든 은행계좌를 동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선박 검색’도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17일 동북아 순방에 오른 라이스 장관은 기상 기자회견에서 “모든 배를 검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무작위(some random) 검색은 필요할지 모르나, (수상한 배에 관한) 정보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칼슨은 이어 “많은 미국민의 목숨을 치르며 50년간 미군을 주둔시키고 북한으로부터 지켜준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한국에 어느 정도 영향력(sway)이 있을 터인데, 한국은 계속 북한에 돈을 보내고 경제지원을 하며 북한을 지탱해주고 있다. 왜 그만 두도록 하지 못하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로이스 의원은 자신이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미국측 위원장임을 상기시키고 “한국 국민들은 이제 좌파정부인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싫증을 내고있다”는 말을 2차례 하면서 “한국 국민은 대북 투자와 원조 정책을 중단하기를 원한다. 여론 때문에 그렇게 될 것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칼슨은 “왜 일반 한국인들이 미칠(mad) 때까지 기다리느냐”며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슨은 북한의 핵물질이 알 카에다 손에 들어가도 “우리는 북한에 군사조치를 하지 않고 지금처럼 그냥 앉아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고 부시 행정부의 ’미온’ 대처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로이스 의원은 황장엽씨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북한 정권에 가는 돈을 차단하고 대신 라디오 방송으로 정보를 주입하면, 김정일은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인기가 없으므로 정권이 내부로부터 붕괴하도록 할 수 있다고 한다”며 거듭 내파론을 강조했다.

로이스 의원은 “우리가 강경한 차단 조치들을 취하면, 그(김정일)의 장성들이 그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고 칼슨은 “그 말이 맞기를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라이스 장관은 기상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교체’와 ’적대 의사’에 관한 질문에 “우리의 핵심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과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도, 열망도 바람도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굳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 행태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식의 그동안 일부 미 고위 관계자들의 ’해명’을 되풀이 하지는 않았다.

니컬러스 번스 차관도 17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정권 교체를 보고 싶다는 게 미국의 정책이냐’는 질문에 “북한 정권을 보면서, 다른 정부 체제가 들어선다 해도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nobody can look at that government and think they wouldn’t be better off, obviously, with a different system of government)”고만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로 국제사회를 겁주는 데 대한 미국식 ’김정일 겁주기’인가.
아니면,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면 최선이고, 그렇게 안돼도 로이스 의원의 주장처럼 김정일 체제의 내파 촉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중용도(dual-use) 정책인가./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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