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인권 압박’ 배경과 의미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해 9.19 공동성명 이후 답보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을 잠시 뒤로한 채 북한의 위폐제작과 마약거래, 인권문제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country)’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 변화다.

워싱턴의 이런 기류 변화는 미국내 북한관련 단체들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를 ‘북한자유주간’으로 선포한 것과 맞물려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부시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양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을 겨냥,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납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은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해 상징적 함의가 적지 않다.

사실 지난 한 주는 이란 핵문제를 제외하면 탈북자의 망명 수용 여부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위폐 제작 등이 미 정부의 최대 이슈였다.

각종 행사들이 릴레이하듯 숨가쁘게 이어졌다.

지난 22일 백악관 앞 라파옛 광장에서는 ‘북한자유주간’의 첫 행사로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촉구하는 ‘납북자송환 촉구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평양예술단 출신 마영애씨가 아들 최효성군과 참석한 뒤 공연을 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5일엔 미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의 재무·정보·국제안보소위 주최로 북한의 불법활동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또 27일엔 미 하원 국제관계위 동아태소위의 북한 인권 청문회에선 일본인 납북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 문제를 비롯, 납북자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24일엔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 납북자 및 탈북자문제에 대 한 호소문을 유엔에 전달하고, 유엔 북한 대표부도 방문했다.

28일엔 ‘북한자유연대’ 등 한국, 미국 및 일본내 북한 관련 단체들이 미 의사당앞에서 ‘북한자유의 날’ 집회를 열고 납북자 송환, 북한내 인권개선 등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회장, 한국전쟁 납북자 가족연합 이미일 대표, 김한미양 가족, 메구미 가족,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조창호씨 등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대북 압박은 그러나 김정일(金正日) 위원장만 겨냥하는게 아니라 중국도 범주내에 들어있다는게 중론이다. 중국을 압박하지 않고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김춘희(가명)씨의 강제 북송 문제를 정면 거론, 중국의 인권문제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중국이 유엔난민지위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가 있는만큼 강제북송해선 안된다”고 촉구하면서 개성공단의 임금및 노동조건을 문제삼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인권법 실효성 논란 속에서 “미국은 북한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레프코위츠의 발언은 이미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한미양 가족과 납북 일본인 메구미씨 가족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만난 것은 미국이 북일(北日)간 현안이던 납북자 문제에도 적극 개입, 김정일 정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결국 한손엔 금융제재 카드를, 또다른 한손엔 북한의 인권 문제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시 행정부가 북한 위폐문제를 집중 거론하다가 이젠 북한 탈북자 문제와 극히 불량한 인권기록,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정해진 수순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북한의 ’불량’ 이미지를 전세계에 여론화시켜 국제사회를 대북 압박 대열에 동참케 하고, 나아가 금융거래 단절에 따른 북한의 대외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이중 압박효과를 노리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 특사를 따로 두는 것은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 여론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톰 코번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평양정권이 마약거래와 달러 위조, 강제노동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라고 비난한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현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워싱턴=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