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원칙 잇단 재확인…’조건 완화’ 해석 차단

한·중·일 순방에서 북한에 적극적인 대화 제의 제스처를 취했던 존 케리 국무장관이 귀국 직전에 미국 언론에 잇따라 등장해 북한이 의무를 지켜야 협상할 수 있다며 ‘의무 이행 후 대화’라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만약 (김정은이) 우리가 합당하게 제시한 의무를 따른다면 모든 현안에 걸쳐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핵개발을 구실로 상대방을 속여 왔던 점을 다시 거론하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케리 장관은 12∼15일 한·중·일 3개국 방문 과정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우리 정부의 ‘일단 대화부터’ 기조와 맞물려 미국이 북한을 대화에 끌어내기 위해 조건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케리 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적절한 순간과 적절한 상황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 대북특사 파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 나오기도 했다. 또한 과거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던 핵,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의 조건을 최근에는 ‘의미 있는 조치’ 등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이번 케리 장관의 발언은 일각의 ‘대화 조건 완화’ 분석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설명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협상은 미국의 오랜 입장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중·일 3개국 순방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북한이 국제 의무와 한반도 비핵화를 준수하는 등의 기본 원칙에만 동의한다면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며 북한의 9·19 공동성명과 유엔 제재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도 “북한은 약속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 및 도발·위협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의 대북접근 원칙에 대해 우리 정부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미국이 상황 타개를 위한 미북 접촉을 추진할 경우 한미 간에 미묘한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내달 5∼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과정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 우선 원칙과 현실적인 미북대화 필요성에 대해 양국 간에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이 이뤄질 경우 양국의 대북접근에 대한 입장 통일은 오히려 수월해질 수 있다. 양국 모두 북한에 대한 대화보다는 제재와 근본적 해결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달 7일 진행될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및 대북정책 관련 공조와 함께 한미동맹의 성과와 새로운 협력관계 발전 방향,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 및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