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요구사항 흔들림 없어…답변 내놔야”

미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대북 식량(영양)지원을 위해서는 북한이 모니터링 문제 등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 “첫날 회담에서 이(식량지원) 문제가 논의됐다”고 확인한 뒤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영양지원에 대한 요구조건을 명확하게 밝혀왔다”면서 “북한은 이런 질문과 우리가 과거에 제시한 문제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잇단 북미대화에서 미국 측이 영양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한 분배 모니터링 등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너 부대변인은 또 최근 미국과 북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런 대화에서 직면하게 되는 도전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측에 대해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흔들림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측은 이번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북측에 요구하고 있다.


북측은 30만t 규모의 곡물지원과 대북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면서 미측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과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고 첫날 일정이 끝났으니 둘째 날을 미리 예단하지 말자”면서 구체적인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토너 부대변인은 이어 최근 북한의 잇단 대남비방에 언급, “우리가 예전에 제시한 것 가운데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이었다”면서 “여러 이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고, (남한과의) 관계개선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미국 측 회담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회담 후 “본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한 데 대해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회담 중단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과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23일 오전과 오후 주중 북한대사관과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만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북은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데이비스 미 특별대표는 두 차례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북측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본질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오늘 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회담을 하루 더 연장해 내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찬회동을 위해 웨스틴호텔을 찾은 김 제1부상도 취재진과 만나 “모든 문제를 논의했다. 양측이 진지한 태도로 임한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