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식량지원 재개로 北美 화해무드 고조

미국이 16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 재개를 발표, 북미간의 화해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고 있다.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는 다음달부터 12개월간에 걸쳐 북한에 50만t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미국은 지원 식량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게 가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북한측과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세계식량계획(WFP)과 미국 내 비정부단체(NGO)를 통해 각각 40만t과 10만t을 나눠 공급키로 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WFP 등을 통해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실시해왔으나 2005년 북한이 WFP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이 같은 지원은 사실상 중단됐다.

식량사정이 비교적 나아진 북한이 2005년 WFP에 단순 식량지원을 개발지원으로 전환하라며 직원들의 철수를 요구, 미국이 그 해 지원하기로 한 50만t 중 절반 가량만 공급된 것이 끝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대북 식량지원은 약 3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 재개가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핵 협상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려는 시점에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국제단체와 전문가들이 북한의 식량난이 시급함을 지적해왔고 북한측도 식량부족을 미국측에 설명해 식량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USAID는 성명을 통해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공표, 미 국무부 관리와 전문가 등이 수 차례 방북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협의했으나, 모니터링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원이 늦어졌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지원 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대북 식량지원이 어렵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미국 관리들이 직접 북한에 사무소를 내고 현지에 상주하며 식량 배포를 감시하겠다는 것이 미국측 입장이었으나 북한은 이를 끝까지 반대, 결국 기존처럼 WFP 등을 통한 간접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북한은 식량지원 협상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직접지원과 감시에는 반대했지만, WFP 등을 통한 식량 배포 모니터링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의 융통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은 “WFP와 NGO 직원들이 실제로 식량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원 식량의 배포를 효과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틀”에 합의했다고 USAID 성명은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북미 양국이 6자회담의 걸림돌이 돼온 북한의 핵신고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드러워진 북미관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대북 식량지원이 북핵협상과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해왔으나, 식량지원이 북핵신고의 진전과 병행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은 계속 제기돼왔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는듯이 북한이 미국에 방대한 분량의 핵파일을 제공하고 곧 중국에 핵신고서를 제출하려는 시점에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발표가 나온 것은 배경이야 어떻든 북미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이 북핵신고가 이뤄지려는 시점에 맞춰 모니터링 문제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이 정확한 핵신고를 하고, 미국이 이에 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을 제외하는 상응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6월쯤 미국이 지원하는 식량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북미간 화해 기류는 한껏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신고가 순항할 경우 6월 초께에는 6자회담이 재개되고, 6자 외무장관급 회담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미 화해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를 수 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했음을 구태여 밝힌 것은 이 같은 북미간 화해 분위기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앞장서 50만t의 식량을 제공하고 나설 경우 , 북한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는 ‘통미봉남’ 전술을 꾀한다는 일각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의식한듯 “한국 정부 내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조정과 집중 협의를 통해” 대북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입안했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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