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식량지원 ‘대화 재개’ 카드로 활용하나?

북한의 식량 실태를 조사중인 유엔 세계식량기구 등이 이달 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의 식량지원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사안을 분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방한 중인 미국 국방부 월러스 그렉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4일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일 상원 청문회에서 “식량분배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면서도 “식량지원은 인도주의적 문제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식량지원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농축우라늄(UEP)문제를 유엔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중·러 등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식량 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미국이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사안을 분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의 UEP 등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헤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식량지원 재개 등으로 조성된 분위기를 대화재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하고 있고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 심화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 만큼 체제 안정화 차원에서도 식량지원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안팍에서는 미국의 식량지원 여부가 국제 공동조사단의 식량실태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호소하며 미국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식량 수급 상황은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북한에 식량 실태 확인을 위한 실사단을 직접 북한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소식통은 “현재 미국의 스탠스는 식량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식량상황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식량난이 심하지 않다는 국제조사단의 결과가 나오면 식량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언론에서 미국이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꼭 지원을 재개한다는 것으로 풀이하는데, 미국은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친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고 한 내년을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식량지원 요청을 한 것이라면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한국정부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찬성한다’ ‘반대한다’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다만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올해 식량 상황이 예년보다 크게 나쁘지 않다는 관측들이 잇따라 제기돼 주목된다. 열린북한방송은 지난 12일 탈북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국제사회에 식량지원 요청을 요구하는 북한이 전시 대비 식량으로 6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면서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은 농사가 최근 들어 가장 잘 돼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북한의 식량 작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것은 재고량에 대한 미래 예측을 하고 대비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는 식량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국제기구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 필요성만으로 식량지원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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