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선제타격론 부상속 외교해결 주력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위기를 둘러싼 대응책을 놓고 워싱턴 정가는 22일 온통 어수선했다.

아직도 실험단계인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본격 가동, 요격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에서부터 아예 북한의 대포동2호 미사일을 선제 타격할 것을 요구하는 초강경론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식 해법이 난무했다.

혼란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미 관리들의 잇단 대북(對北) 경고음은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이 실제 로켓을 발사할 경우 그것이 미사일이건 인공위성이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고, 다만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 발사하기 전까지는 6자회담 등 외교적 해결을 통한 위기해소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모든 옵션’(선택)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있어 미사일 발사가 강행되면 사태는 즉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대북 ’선제 타격론’ 대두 배경 = 빌 클린턴 행정부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와 국방차관보였던 애시튼 카터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대북 선제 공격’을 주창한 것은 최근 미 정가분위기를 감안할 때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페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의 연료를 빼내 격납고에 도로 집어넣길 거부하면 이를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때 국방장관으로서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준비’했던 페리는 “선제 타격이 한국의 영토를 이용해선 안되고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의 요격가능성과 관련, “미사일 발사가 미국 영토를 위협하느냐 등 발사의 성격을 감안한 뒤 대통령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요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차관보도 하원군사위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강경입장은 4년마다 발표하는 미 방위계획서에 담겨있는 것이어서 결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발표된 방위계획서에서 위협에 기초한(threat-based approach) 방위계획에서 능력에 기초한(capability-based approach) 방위계획 수립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과거처럼 러시아 등 미국에 대해 실제 위협을 가져다 줄 만한 능력을 가진 국가만 겨냥하는게 아니라 그런 능력을 보유한 국가이면 그 누구든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간주, 대응하겠다는 무서운 구상이다.

미 국방부가 테러집단이나 핵보유국을 신속.정확하게 선제 타격하기 위해 기존 핵탄두 대신 재래식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잠수함에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인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 “외교적 해결이 최상책” = 백악관은 북한 미사일 위기지수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부각되고 있는 ’선제공격론’에 쐐기를 박았다. 강경파 딕 체니 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페리의 충고는 고맙지만 선제공격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 근거로 “공격을 감행하려면 분명히 ’한 방’으로는 안되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외교가 올바른 해법”이라고 했고, 존 볼튼 유엔주재 대사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직접대화 제의는 거부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외교가 올바른 코스”라고 가세했다.

◇ 선(先) 외교해결 가닥 배경 =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요격이나 선제공격보다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둔 것은 아직도 개발단계인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효용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MD 체제는 기술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허구의 방패’에 불과하다”는 것이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실제 MD시스템 개발에 지난 5년간 무려 430조 달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지만 지금까지 총 10차례의 시험요격에서 성공한 것은 단 5회에 불과했다.

미 고위당국자들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초고속 무기를 방어하는데 MD가 ’제한적 실전능력’ 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여부가 아직 분명치 않고, 발사하더라도 미국 영토 쪽으로 날아올 지도 명확치도 않다. 요격에 실패했을 경우 그 파장은 예측불허다.

미국 고위관리가 익명을 전제로 “북한의 미사일이 공해를 향해 발사될 경우 미국의 MD시스템이 반드시 사용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전망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라고 끝까지 고집할 경우 이를 제재할 법적인 수단도 없다는 현실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렌코프는 “북한의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 선언은 이미 효력이 정지돼 국제법상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다 이란 핵문제 등 난제들이 겹쳐 있는 상황도 대북 군사행동 검토를 제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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