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맞춤형 제재 지속 강화 전망

▲ 미국의 백악관

▲ 미국의 백악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이어 내달 8일부터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를 발동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 핵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대북 경제 압박을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금융제재에 이은 선박제재는 북한의 불법활동이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구체적으로 연루된 혐의가 있는 북한 관련 업체나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제재다.

전면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선언해봐야 북한의 폐쇄형 경제 특성과 한국 및 중국 등의 대북 정책상 실효성보다는 국제정치적 논란이 더 클 것인 만큼, 정치적 효과의 극대화와 북한의 급소 타격 측면에서 맞춤형 제재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제재는 명목상으론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조치였지만, 선박제재는 직접 북한 선박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클린턴 행정부 때 이뤄진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되돌리는 의미도 있다.

북미관계는 북핵 문제의 악화와 해결 지연에 따라 북한지역내 미군 유해 발굴·송환 중단,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종료 등 클린턴 행정부 때 만들거나 이뤄진 각종 대화와 협력 채널이 차례차례 끊기거나 중단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1일 6자회담이 재개돼 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이러한 대북 제재 조치에 “속도조절의 여지가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후속조치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박제재 내용 = 선박을 대상으로 한 것은, 대량살상무기(WMD)나 그 자금 마련용 마약 등의 운송수단 등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확산방지구상(PSI)이 이미 북한 선박의 WMD 확산 활동 저지를 위해 가동되고 있으나, 더 나아가 북한 선적 배의 운항 자체를 막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조치는 미국 사람이나 법인에 한해 적용되지만, 그리고 북한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BDA에 대한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다른 금융기관들에 대해,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상 금융거래에까지 파급되는 것을 보고 망외의 성과에 ’연구 교재용’이라며 스스로 놀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6일자 관보에 따르면, 북한 선박을 용선·재용선하는 것이 금지되는 대상은 “어디에 있든 모든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미국내에 있는 모든 사람과 조직, 미국 조직의 전 세계에 있는 지부, 종속 조직, 방계 조직”이다.

다만 미국 회사의 ’외국 자회사’는 이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북 경제제재 강화와 예상 파장 = 미 관보는 선박제재 배경 설명에서 북한이 남침한 1950년부터 북한에 가해진 경제제재가 그동안 수차례 변화를 거치다 클린턴 행정부 때인 2000년 6월 “전반적인 관계 개선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지속을 위해” 완화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재무부 외국자산관리실(OFAC)은 당시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의 배경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 지원” 목적도 추가했다.

결국 이번에 미국이 외국자산관리규정(FACR)을 개정, 대북 선박제재 조항을 삽입한 것은 이러한 배경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제네바 합의 파경의 책임은 북한에 있더라도, 북한이 현재까지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약속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강화에 반발하며 시험 유예약속을 깨는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사실 이미 지난해 3월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우리는 미사일 발사 보류에서 현재 그 어떤 구속력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비망록은 1999년 9월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기간 미사일 발사 임시중단 조치를 발표했으나,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조·미 사이의 대화는 전면 차단됐다”며 이렇게 유예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은 2001년 방북한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2003년까지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연장했고,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에서도 “2003년 이후 더 연장할 의향”을 표명한 데 이어 2004년 북·일 제2차 정상회담에선 이 선언을 재확인했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역사와 현황 = 미 정부는 북한을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 국제테러리즘 지원 국가, 공산주의 국가, WMD 확산 국가 등 4가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 각각에 따른 국내법상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1950년 북한군의 남침 3일만에 국가안보에 위협을 제기하는 나라로 규정, 상무부가 전면적인 금수조치를 취한 게 대북 경제제재의 출발이다.

이는 1965년 수출통제규정(EARs)을 통해 가장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국가군인 ’Z’ 그룹 분류로 이어졌다.

그러나 1989년엔 기본 생필품에 대해선 경우에 따라 심사를 거쳐 수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완화됐고, 이어 1999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용의”에 따라 대북 금수를 대부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0년 6월 실행된 조치에 따라 많은 품목에 대해 수출허가 규정이 해제됐고, 상무부수출통제품목(CCL) 일부도 원천 금지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 허용 품목으로 바뀌었다.

이때 북한 여행 허가 규정과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 상한액도 해제됐다.

그러나 반테러나 반확산을 위한 대북 금수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으며, 당시까지 테러지원을 이유로 한 미국내 북한 자산에 대한 동결도 그대로 유지됐다.

미 재무부가 2003년 의회에 제출한 ‘2003년 테러리스트 자산 보고서’는 미국이동결한 북한 자산을 3천200만 달러 수준에 주로 은행 예금 형태라고 밝혔다.

오늘날 남아있는 대북금수는 대체로 1987년 대한항공 007기 폭파 사건 이후 1988년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 국가명단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 ’E’ 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국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국가안보 통제 품목, CCL 품목을 구입할 수 없고, 대부분의 대외원조 대상에서 제외되고 미국의 수출입은행 자금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의 지원도 금지된다.

대북 금수조치가 완화된 2000년 북·미관계 진전 분위기 속에 북한이 테러지원국명단에서 가장 먼저 졸업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고, 실제로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한국은 찬성한 반면 일본은 납치문제를 들어 반대해 무산됐다고 미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1951년 제정된 무역협정연장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를 받을 수 없고, 확산 혐의로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업체가 자산동결, 거래금지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한편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이달초 의회에 제출한 수출통제 보고서는 지난해 대북 통제 품목의 수출 승인 신청이 3건에 1만5천66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IS는 또 한국의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한국측에 “반테러 이유로 미국이 통제하는 이중용도 품목 명단”과 수출통제 문제에 관한 한국 업계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보고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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