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금융조치 서서히 효과 보나?

▲ 북한 위조달러 적발현황(NKchosun.com)

미국 재무부 대니얼 글래저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부차관보를 대표로 하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한국에서 북한의 위폐제조 및 유통과 미국의 금융조치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24일 일본으로 향했다.

미 금융범죄단속반의 이번 방한은 북한 달러위조, 돈세탁에 대한 조사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루어져, 관련 증거 확보와 마카오의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금융조치 지속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다.

미 단속반은 외교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금융조치 배경과 미국 관련 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글래저 부 차관보는 23일 한국측과의 협의에서 “미 재무부의 BDA에 대한 조치는 제재(sanction)의 성격이 아니다”면서 “미 금융기관과 금융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순수 법집행 차원에서 방어적으로 취해진 조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불법활동을 중단시킬 자위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BDA에 대한 조치가 경제제재로 해석될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손보기에 나섰다는 불필요한 해석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BDA에 대한 금융조치가 북한의 6자회담 기피 명분이 되는 것을 막고, 이후 추가 조치에 따른 부담도 줄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 위폐 유통행위 ‘개별기관 일’로 사과 용의 가능성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증거와 관련, 이미 자체적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중국이 자체 조사를 벌여 혐의를 일정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북한도 내부에서 위조달러가 제조됐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미국의 금융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폐 통제 관련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위폐를 제조•유통시킨 기관을 처벌하겠다’는 절충안을 미국과 중국 등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북한은 최근 미국 및 중국과의 비공식 접촉과정에서 위폐 제조 및 유통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문화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북측이 위조달러 문제를 과거 개별기관의 행위로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통한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돼왔다. 반면, 미국이 여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이 어떤 의도로 BDA에 대한 조치를 취했건 간에 이처럼 북한의 신속한 반응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위원회 윌리엄 슈나이더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의 경제와 군사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체험한 미국이 확실한 담보 없이 북한에 대한 검증된 압박수단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의 ‘사과외교’를 섣불리 수용했다가 다시 칼자루를 북측에 넘겨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