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협상라인 부시-라이스-힐 직할체제

조지 부시 대통령 –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 단순화된 미국의 대북 핵협상 직할라인이 북핵 6자회담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최근 북한과 미국의 변화된 행보를 바탕으로 내달 8일로 박두한 6자회담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회의론 측에서도 북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와 라이스 장관, 부시 대통령 3자 직보 라인이 현 협상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미 정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 모두 협상을 통해 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딕 체니 부통령 – 존 볼턴 전 유엔대사 – 로버트 조지프 전 국무부 국제안보.군축 전 차관의 강경라인 가운데 볼턴 전 대사의 사임은 의회의 인준을 못 받은 때문이지만, 최근 조지프 전 차관이 떠난 것에 대해선 이런 기류와 연결시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또 이러한 협상 라인은 힐 차관보가 미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 실무부서들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실상 미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설치를 요구했던 대북정책조정관 기능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 지명자가 취임하더라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힐 차관보가 주도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강경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은 30일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 장에서도 확인됐다.

리처드 루가(공화) 의원이 북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여행금지안이 베를린 북.미 회동 직전에 미 행정부 일각에서 제기됐었다고 ’폭로’하며 협상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지휘자를 찾아낼 것”을 네그로폰테 지명자와 라이스 장관에게 촉구한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라크 문제 등으로 부시 행정부가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서만이라도 협상의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 부시-라이스-힐 라인의 대북 정책이 “전술적으로 과거와 달라져” 협상기류가 대세라고 진단하면서도 “다른 쪽에서 반전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무수준에서 힐 차관보가 주도하는 협상 국면이나 힐-라이스-부시 직보체제의 “견고성은 북한의 대응 태도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열리는 6자회담에서 미국의 변화된 협상 자세에 호응하면 현 국면이 힘을 받을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잠복한 반전기류가 일어설 것”이라고 현 국면을 불안정하게 내다봤다.

대북정책 라인상의 변화는 부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대북 언행에서도 변화를 낳았다.

네그로폰테 부장관 지명자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이번 6자회담에서의 “주된 목표는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동결 및 이들 활동에 대한 국제 사찰”이라고 명시했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른바 ’조기수확’의 범위를 이렇게 명료하게 밝힌 것도 이례적이지만, ’동결’이라는 용어 사용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 내에서 금기시돼온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를 연상시키는 것도 크게 꺼리지 않는 모습이다.

베이징(北京)을 벗어나 베를린에서 북한과 양자회동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힐 차관보가 29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룩하려는 궁극적 목적의 일부”로서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금기를 개의치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 과거 같으면 반드시 재확인하고 넘어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CVID)” 핵폐기 원칙에 대한 언급을 듣기 어렵게 된 점, 부시 대통령의 올해 신년연설에서 북한 정권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 등도 현실주의적 변화다.

특히 네그로폰테 부장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상황 진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물론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답한 것도 이례적이다.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대북 접근 태도에서 일어난 변화다.

그러나 이번에 재개되는 6자회담의 성패를 신중하게 전망하는 측에선, 부시 행정부의 이런 변화 뿐 아니라 북한이 무엇을 얻었느냐, 혹은 얻었다고 생각하느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취할 초기이행조치는 비교적 선명하게 나와있지만, 힐 차관보가 베를린 회동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 부상에게 약속했거나, 약속한 것으로 김 부상이 생각한 게 무엇인지, 아직 불분명한 점이 6자회담의 전망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만 해도 ’합법자금’에 대한 동결의 해제안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해결’ 목표가 2천400만달러 중 1천100-1천400만달러로 추산되는 ’합법자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끝날 것인지, 2천400만달러 전부를 돌려달라고 추가 요구할 것인지, 나아가 국제 금융거래의 정상화 즉 금융제재 자체의 해제를 요구할 것인지 등이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합법자금의 동결 해제 검토’ 자체도 6자회담에서의 진전이나 북한의 불법활동 시인과 시정조치 등의 전제가 붙어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