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특사 보즈워스 방북 신중에 신중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표대표의 방북 일정이 미 국무부를 통해 3일(현지시각) 공식 발표됐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6일 한국을 거쳐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뒤이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관계국들을 순방한 뒤 15일 워싱턴 DC로 돌아간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일자는 지난달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바 있지만, 공식 일정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미국을 떠나기 이틀 전에서야 공개된 셈이다.


미 정부는 아직까지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포함한 대표단의 방북 일정과 기본 의제만 설명했을 뿐, 북한측 협상 상대자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전달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 대표단의 방북 일정은 그동안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간헐적으로 전해지는 수준이었고, 이와 관련한 국무부 차원의 언급도 최소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정부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양자대화 치고는 미 정부 내 기류가 지나치리만큼 신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즈워스 ‘언론’ 접촉 기피…미북대화 의미 확대 경계


특히 6일 한국에 도착하는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보즈워스 대표가 6일 방한할 때 공항에서 언론이 취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미 국무부가 우리 측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한 일정은 7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 외에는 공개된 것이 없다.


언론을 대하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개인적 스타일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이 이번 미북대화에 쏠리는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번 대화를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외교가를 중심으로 ‘평화체제’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미북대화의 의미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도 최근들어 선전매체를 통해 미북 양국간 최대 현안은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평화체제’를 미북대화의 의제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 정부의 이와같은 신중한 움직임은 미국이 이번 대화에 거는 기대치가 낮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가 낮다는 부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 등 정부 관리들을 만나고 온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연구센터 소장은 “미국과 북한간에 핵 문제를 둘러싸고 커다란 인식 차가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1순위 과제로 꼽고 있지만 북한의 주요 관심사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전 접촉 결과 美北 인식차 커…’北核’ 외교 우선 순위서도 밀려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2일 “북한이 이번 미북 접촉을 6자회담으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북한은 여전히 북미 양국이 적대관계에서 평화관계로 바뀌어야만 6자회담 복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북대화의 전망이 어둡다고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중국도 최근 방북한 고위 인사들의 방북 결과를 미측에 브리핑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방북한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김정일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에 대해 북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이란마저도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공언해 버린 상태여서 북핵 협상과 관련한 미 정부의 신중한 협상 기조는 당분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