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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미 국무장관이 28일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는 역할 때문에 국내에서는 청문회부터 상원 통과에 이를 때까지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라이스장관 취임 당일 이날 오전 국내에서는 그의 등장이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대북접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연이어 개최됐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7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부시 정부 제2기 출범과 한반도 정책’을 주제로 유재건(柳在乾) 국회 국방위원장의 발표와 토론을 중심으로 14회 국방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유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민주주의 수호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했지만 무력이 우선수단이 아니라고 말한 점을 주목, 일방주의 보다는 국제적 협력을 중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시 2기 행정부가 1기를 계승하는 점은 분명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사에서 무력사용의 자제, 일방주의 보류, 동맹관계의 복원이 주요한 외교정책으로 등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국회 국방위원장 유재건 |
유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의 2월 연두교서(외교정책 포함)가 나올때까지 미 외교정책에 대한예단은 어렵다는 전제하에, 여러가지 정황과 국무부를 포함한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의 면면을 볼 때 ‘강경’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군사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핵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면 핵 포기 없이는 어떤 보상도 없다는 ‘강경 노선’과 핵개발 저지를 위해 군사행동을 고려할 수 있다는 ‘초 강경노선’을 구분하여 ‘무력불사’라는 초강경정책은 선호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유위원장은 한-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북한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하고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에 사로잡힌 정책이 아닌 실용주의에 기초한 한미동맹과 일관된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오전 <한국자유총연맹>도 동북아시대위원회 문정인 위원장을 초청해 ‘부시 2기 정부 출범과 한반도 정세 전망’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문위원장도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에 대해, 1기 때의 공세적 현실주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일방주의적 자세를 줄이고,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새로 정비된 부시 2기 외교라인이 대통령의 신임이 높은 사람으로 구성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고,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동북아시대위원장 문정인(사진:연합포토) |
문위원장은 북핵 문제 있어서 이제 북한이 결정할 카드가 얼마 없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자세를 버리고, 대화의 창구를 회복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에서 잇달아 나오는 미국의 대북정책 온건화 전망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정책 판단 기준과 미국의 전략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 이춘근 부원장은 “미국은 단 한번도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행동을 검토한다고 말한 적이 없고 시종일관 6자회담 틀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라이스가 청문회에서 천명한 북한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부원장은 이어 “라이스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하고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을 언급한 것이 과연 온건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미국이 북한에 접근하는 내용이 넓어지고 적극적으로 체제변형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스스로 개혁개방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다른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시절부터 과거 대 공산권 외교를 담당했다. 부시는 그가 냉전 해체를 이끌고 무력수단 없이 체제변형에 성공한 전문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적 체제변형 전문가인 라이스의 취임을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와 여당관계자처럼 온건세력의 등장으로 반기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