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접근 실패 대비 동맹국과 ‘조용한 대화’ 필요”






▲ 25일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대화-제재 투트랙 접근이 현 단계에서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데일리NK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5일 미국 주도로 구사되고 있는 제재-대화의 ‘투트랙’ 접근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가장 가능성 있는 정책이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다고 확인될 경우에 대비한 관련국들과의 ‘조용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9 북한인권국제대회’ 참석 차 서울을 방문한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데일리엔케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20년동안 북한을 상대해 온 미국은 때론 강경정책과 온건정책을 취했고, 또 강온을 조합하는 정책을 구사해가며 북한에 선택권을 제공했지만 결국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는 실패했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강경정책이 그나마 가장 큰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향후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과 미국의 적대적 정책 철회를 요구해 올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적대적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대 아시아 군사배치(주한, 주일미군 등) 또는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 정책 철회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이 북한에 구사하고 있는 ‘투트랙’ 접근에 대해 “투트랙 방법이 그나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정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관련국들은 협상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조용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놓고 양 극단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과 군사적 옵션인데, 둘 다 좋은 방법이 아니라면서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무기금수, 금융경제 등의 제재 보다 더 포괄적인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위폐문제, 마약거래, 인권 문제 등이 속할 수 있고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공급자와 수급자들을 타킷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미국이 6자회담 내 양자대화 허용에서 북한의 주장을 수용해 미북 양자대화를 진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앞서 북한이 먼저 다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보증하고 비핵화에 대한 맹세를 하기를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사전에 그런 확고한 보증이 없어도 보즈워스 대표를 북한에 보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중국에게 한 김정일의 ‘양자 또는 다자회담에 나서겠다’는 코멘트는 그런 필수 조건들(북한의 다자회담 복귀, 비핵화 맹세 등)을 달성할 수도 있다”면서 “그 필수조건은 미국으로 하여금 보스워스 대사를 보낼지를 결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정일의 발언이 양자대화에 미국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밝힌 대미 메시지로서 미국을 적극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시기에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부시 집권 종반 2년간 구사된 ‘크리스토퍼 힐’ 식의 부드러운 접근을 펼치려 했다”면서 “이를 바꾼 건 북한의 도발과 자극 때문이다. 북한 정책을 바꾸고 더 엄격하고 실용적인 방향을 택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그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북한의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 수단으로서 대북압박을 강조했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함과 동시에 협상의 여지와 그들의 상황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복귀를 발표한다면 이것은 큰 발전으로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 회담 자체가 성공적일지 아닐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는 반복적인 시도를 했으나 북한은 이미 2번의 핵실험을 강행했고, 또 중국은 2006년과 2009년에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을 강행하지 않도록 매우 강력한 시도를 했으나 다 실패했다”면서 “중국은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 더 적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행사 할 의지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대북접근에도 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는 “과거 대북 압박에 망설였던 태도와 비교해 2009년 북한의 도발(장거리 로켓 발사, 2차 핵실험)에 대해 UN 결의안을 행사할 의지를 보였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과거보다는 북한을 대하는 접근방법이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북한 붕괴에 대비한 대책 논의를 제안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중국측에 장차 북한 내에서 김정일 사망 등 뜻밖의 상황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트랙-2’라 불리는 싱크탱크 및 학자간 교류도 거부해왔다”면서 “중국은 그러한 논의를 북한이 알게 되었을 때 중국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잃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일성 사망이후 김정일은 중국에 대해 애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많은 원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고 “중국은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반복해서 ‘북한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왔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결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바마 행정부 내 북한관련 담당자들은 북한과의 직간접적인 경험 등이 많은 인사들이다”면서 “그래서 그들의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하지만 그들은 이와 동시에 현실성을 가지고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성공을 바라고는 있지만 성공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자원봉사자 이지은 / 정리 = 김소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