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금융제재…BDA식 ‘조르기’ 다시 나올까?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이 주로 이용하는 해외계좌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퍼스트캐러비안뱅크’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로 김정일 통치자금을 겨냥한 대북 금융제재를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미국은 이달 말 행정명령을 통해 대북 제재 리스트를 발표게 된다. 북한 무역회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 계좌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이른바 ‘숨통 조르기’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이달 초 방한했던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미국은 핵확산 및 다양한 불법행위에 관여하는 북한 기업 및 개인이 활동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할 것”이라며 “다른 주요국 정부에도 금융기관들이 그런 지원을 못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무기 및 관련물자 판매·조달, 사치품 조달 및 기타 불법 활동(마약 및 위조지폐 등)에 대한 제재를 위해 북한의 비밀계좌 200여 개를 정밀 추적 중이며, 이 가운데 100여 개를 해당 은행에 통보해 자금을 동결시키는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정황상 미국은 제3국의 은행에 제재를 적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방법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5년 미국이 ‘애국법 311조’에 따라 북한의 금융 계좌가 있던 마카오의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목하자 상당수의 일반인들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거래를 중단했었다. 당시 BDA는 운용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북한 계좌를 동결한 바 있다.


BDA 제재는 당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금융은 피와 같다. 이것이 멈추면 심장도 멎는다”고 했을 정도로 북한에 극심한 압박을 안겨줬다.


BDA 제재는 미국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은행을 대상으로 직접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 자체를 파산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과 불법거래 의혹이 있다’는 미국의 지목 자체로 해당 은행의 신용도 자체가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미국은 새로운 행정명령 제정을 통해 북한의 해외 불법계좌를 가진 제3국 은행과 미국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방식의 ‘정밀타격’식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 경우 제3국과 민간은행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BDA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추가 대북금융재제의 실효성은 결국 중국의 협조 여부에 달려있다. 김정일이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방중길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추가제재가 본격화되기 앞서 중국에게 단도리를 해놓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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