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북한관련 예산 어디에 어떻게 쓰나?

▲ 신년 국정연설 중인 부시 대통령 ⓒ로이터

5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2008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의 북한 인권개선 지원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예산안에 따르면 조지 부시 대통령은 ‘경제지원기금(Economic Support Fund)’으로 총 33억 2천만 달러를 의회에 요청하고, 이 가운데 북한과 이란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금액으로 각각 200백만 달러와 7천 500백만 달러를 책정했다.

2008년 회계연도는 2007년 10월부터 2008월 9월에 해당한다.

ESF는 개발원조(DA) 대상국에 속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경제적, 정치적 혹은 안보 여건’에 놓여있는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안정을 돕기 위한 자금이다.

이 자금은 보통 해당국 정부가 받게돼 있지만 북한과 이란의 경우 미국의 대(對) 적성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들 국가의 민주화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나 기구에 지원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번 기금은 2007년도 북한인권 관련 예산이 100만 달러 가량 책정됐었던 것에 비해, 2배 증가한 액수다.

그러나 2004년 입법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예산 편성은 이번 회계연도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2008년 회계연도까지 매년 2400만 달러까지 북한의 민주화 지원을 위한 자금을 책정,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까지 북한인권법에 따른 예산 책정은 단 한 차례도 되지 않았다.

국무부의 예산안은 또 대외방송 지원비로 6억 6800만 달러를 배정했다. VOA(미국의 소리)와 RFA(자유아시아방송)한국어 방송 시간을 10시간으로 대폭 늘리고, RFA의 경우 단파 외에 중파 방송을 추가하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국무부는 이외에도 ‘북한 밖에 거주하는 탈북자’를 포함한 동아시아 난민 지원비로 지난해와 거의 같은 액수인 2천만 달러를 배정했다.

의회 산하 미국평화연구소(USIP) 지원비 3000만 달러도 북한 관련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데 일부가 쓰이도록 했다.

“인권으로 北 압박하겠다는 상징적 의미”

미 재무부도 북한, 파키스탄 등의 금융문제를 압박하기 위해 정책자문관 2명을 추가 채용하는 비용으로 38만 5000달러를 2008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불량정권 분쇄(Rogue Regimes)’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북한 등에) 추가적인 금융압박을 가할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미 국방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미사일 방어(MD)체제 개발 비용으로 89억 달러를 2008년도 예산안에 책정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금융제재와 인권이라는 두 가지 압력 방안을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불거진 금융제재 문제에 주력해온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백만 달러라는 예산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미국이 인권문제를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서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이번 예산책정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며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에게 이 기금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제출을 두고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성과를 내오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을 소홀히 대하는 정황이 엿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내의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비해서는 낫지만 북한과 이란에 대한 지원액의 차이를 봤을 때, 북한인권 문제가 미국 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북한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