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김정일 기소 검토할 수도”

미국 의회보고서가 ‘추측(speculation)’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북한 위폐 등의 문제와 관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해 미 정부와 의회가 기소.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노리에가식 기소? = 의회조사국(CRS)의 라파엘 펄, 딕 낸토 두 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미화폐 위조’ 보고서에서 “미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의 혐의를 법적 증거로 뒷받침할 필요성을 점점 민감하게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북한 지도부를 노리에가 방식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 위폐 문제로 다수가 체포.기소되고 여러 사람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미 의회는 노리에가를 마약밀매 혐의로 고발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김정일에 대해 형사고발(criminal charge)하는 방안의 가능성을 모색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의회의 지지속에 행정부가 마누엘 노리에가 전 파나마 대통령을 국제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후 파나마의 민주헌정 회복과 노리에가 체포.압송 명목으로 파나마를 침공했었다.

두 연구원은 북한 위폐 등 문제에 대한 의회 동향과 관련, “의회는 부시 행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감시(oversight)하면서, 미국의 정책을 명확히 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거나 의회 발언(pulpit)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BDA 후속 전략 미정 =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 정책과 관련, 두 연구원은 “현재로선 북한을 압박하면서 외교적 방식을 계속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문제는 정책 무게중심을 경제.안보 유인책을 통한 6자회담 성공에 두느냐, 아니면 경제 등 각종 압박을 계속하고 6자회담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는 수단으로(만) 사용하느냐”이지만, “아직 이런 큰 전략적 그림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두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들은 더 구체적으로, 당면한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조치가 북한을 허둥대게 만든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금융압박을 완화해 6자회담을 전진시킬 것이냐 아니면 중국과 한국의 화를 돋구는 위험을 무릅쓰고 금융 압박을 강화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로 북한의 경제 붕괴나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붕괴가 일어날 경우 뒤따를 경제.정치적 파장을 원치않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후속 전략 미정 배경 = 이들은 현재 미 행정부가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압박의 궁극적 목표를 놓고 “정권교체를 선호하는 강경파는…북한 내부에 위기를 불러 일으켜 김정일의 몰락을 유도”하려 하지만, “주로 협상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룹은…북한의 나쁜 행태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두 그룹 모두 북한의 위폐행위를 막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지하는 데선 일치하지만, 이들 조치를 서로 다른 맥락(different light)에서 본다는 것.

두 연구원은 위폐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 비판적인 한국 신문보도와 사설을 인용하기도 했으나, “중국과 한국이 제기하는 더 큰틀의 물음은, 미국이 북한의 ‘진짜 국가 화폐’인 플루토늄을 추적해야 할 때 왜 ‘푼돈(loose change)’을 쫓느냐는 것”이라는 피터 헤이스 노틸러스연구소장의 미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소개했다.

◇기타 = 이들은 “과거엔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보가 매우 신뢰할만한 것으로 간주됐으나, 현재는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통일 정책 목적과 목표에 맞춰 그런 활동의 범위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국가정보원이 미 당국에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 정부의 위폐 유통 개입에 대해선 “매우 최근까지 관여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나 생산 개입에 대해선 “1998년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는지는 공개 정보만으로는 명확치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 경우 지금 유통되고 있는 게 새로 만든 것이냐, 아니면 1998년 이전 만들어둔 재고냐의 문제도 제기된다”며 “북한이 1998년 이후에도 생산을 계속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이 금융제재 우회로를 찾고 있으며 “일각에선 김정일의 지난 1월 중국 남부 방문이 현지 금융기관에 북한 계좌를 만들기 위한 뜻도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하고, 미 재무부가 각 금융기관들에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경고한 사실도 들었다.

이들은 또 외신을 인용, “오스트리아는 북한과 거래를 자제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통해선 북한과 금융거래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행정부는 북한의 불법활동 방지를 겨냥해 범정부적으로 불법활동방지구상(illicit activities initiative)을 시행중이며, IAI의 존재는 제임스 켈리 전 동아태 차관보가 2004년 2월 하원 국제관계위 청문회에서 증언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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