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민거리, 테러범이 EMP 사용하면?

사람들은 핵폭탄이 무섭다는 것은 잘 알지만, 실제로 어떤 것들이 살상효과를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핵폭탄이 터지면 폭풍파, 열파, 방사선파 등이 발산하여 엄청난 살상효과를 나타낸다. 폭풍파(blast wave)는 일정 반경내의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고, 이어서 수천만도에 이르는 열파(heat wave)가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방사선파에는 알파, 베타, 감마선이 있지만 감마선이 특히 살상효과가 강하다.

그 말고도 핵폭발은 전자 자기파(EMP: electro-magnatic pulse)를 발산하는데,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요즘 미국 의회는 정규적으로 ‘전자 자기파 청문회’를 열만큼 여기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 자기파 문제가 최근에 와서 다시 부각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EMP의 정체

핵폭발로 발생하는 감마선이 공기 입자들을 때릴 때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충격파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EMP이다. 전자 자기파는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금속, 케이블 등 각동 도체들을 타고 전파되어 벼락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자기기들을 망가뜨린다.

전자 자기파의 발생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감마선이 되도록 많은 공기 입자와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수백 km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것이 좋으며, 원폭보다는 수소폭탄이 더 많은 감마선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EMP도 더 많이 발생시킨다.

오늘날에는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들은 전자부품을 가지고 있다. 인공위성, 컴퓨터, 비행기 등을 말할 것도 없고 의료기기, 자동차, TV, 세탁기, 오븐기 등도 모두 전자장치들을 가지고 있는데, 전자 자기파는 이런 제품들을 모두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

예를 들어, 대도시 상공에서 핵폭탄이 터진다고 가정하면 저자 자기파로 인해 각종 기업들의 업무가 중단되고 은행의 뱅킹 시스템이 중단되며, 병원에서는 수술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해 죽게 된다. 대형 수퍼마켓의 식품진열 및 배급체계가 무너진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는 항공기, 호텔 등의 예약체계가 붕괴하면서 엄청난 혼란이 초래된다. 핵폭발이 농업지대에서 발생하면 탈곡기가 멈추고, 저장시설이 가동을 중단하여 농산품들이 부패하게 된다. 이는 한 마디로 인류문명을 떠받치는 서비스 인프라가 파괴됨을 의미한다.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체제가 붕괴함을 의미한다.

9.11 테러 이후 중요성 재부상

실제 인간사회를 대상으로 핵무기가 사용된 것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까시키 뿐이다. 당시에는 핵무기를 최초로 만든 미국의 과학자들도 EMP의 존재를 몰랐으며, 피해자인 일본인들도 알지 못했다. 전자부품이 사용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EMP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62년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은 태평양의 존스턴섬의 상공에서 1.4 메가톤의 수소폭탄을 터뜨리는 실험을 했는데, 1,300 km나 떨어진 하와이의 일부 지역에서 가로등이 나가고 전화가 불통되었으며 도난경보기들이 일제히 소리를 울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인근 상공에 있던 7개의 인공위성들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진 것도 알게 되었다.

이때 미국의 과학자들은 EMP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이후 소련이 핵무기를 사용할시 발생될 EMP에 대처하는 문제를 비밀리에 고심해왔다. 그러다가 소련이 와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EMP에 대한 관심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테러세력들이 핵폭탄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고 전전긍긍하게 되었고, 테러 세력들이 EMP를 염두에 둔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

물론 “테러세력이 어차피 무차별 살상을 원할 것인데, EMP를 의식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대한 미국 과학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EMP 공격을 원하는 경우 정확하게 타깃을 가격할 필요가 없고 대충 높은 곳에서 터뜨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이 용이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곧이 핵무기를 타깃국가 내로 밀반입할 필요도 없어진다. 아울러 고공에서 터지는 핵무기는 인명살상을 줄이면서 매우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문명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

이 경우 정확한 투발수단이 필요하지도 않다. 미국의 일부 과학자들은 히로시마급 소형 핵폭탄 하나를 미국의 중심부인 켄저스주의 고공에서 터뜨릴 경우 미국 전역의 컴퓨터망이 망가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결책 없는 가운데 청문회 지속

미국 의회는 1977년부터 EMP 위원회(EMP Commission)을 구성하여 청문회를 개최해왔지만, 그 이후 흐지부지되다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다시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청문회에는 정치인, 과학자, CIA 분석관 등이 참석하고 있는데, ‘설마론’과 ‘경계론’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계론을 펴는 사람들은 “전자제품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을 향해 발사한 단 한발의 소형 핵무기로도 일본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개진하다.

수년전 이란이 Shahab-3 미사일이 실험발사 중 공중에서 폭발했는데, 경계론자들은 이것이 실패한 미사일 실험이 아니라 EMP 사용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공중에서 폭발시킨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설마론자’들은 ”이론적인 계산만으로 예상 피해를 과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딜레마가 있다. EMP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핵실험이 불가피하지만 현재 핵실험을 동결한 상태에 있어 EMP 문제는 핵실험 재개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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