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갑옷과 무기 대신 악기 들고 평양 입성”

▲ 로린 마젤 음악감독이 환영 공연에 나선 북한 예술단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웹페이지>

26일 저녁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취재진들은 뉴욕 필 단원들의 세부적인 일정과 함께 북한에 대한 이들의 반응 등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뉴욕 필의 순안공항 도착부터 문화궁전 만찬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전했다. 로린 마젤 음악감독이 환영 공연에 나선 북한 예술단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사진도 게재했다.

이 신문은 “평양에는 밝은 빛을 비추는 고층건물도 있었지만, 실제로 전기불을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둠속에 잠겨 있었다”며 “수 마일을 달리는 동안 도로엔 차들이 없었고 우(牛)마차와 자전거 몇 대만 눈에 띄었다”고 평양의 풍경을 소개했다.

또한 “무기와 갑옷을 입고 왔던 미국이 지금은 (연주용) 활과 베이스를 들고 (평양에) 왔다”고 뉴욕필의 평양 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자인 스테판 프리맨 씨는 뉴욕타임즈의 인터뷰에서 “이곳엔 컬러가 없다. 모든 것이 다 회색”이라고 말했다. 만수대 극장에서 열린 환영 공연에 대해서는 “의상이 아름답고 춤도 멋지다. 완전히 멋지다”고 평가했다.

연주자 중 몇 명은 북한 전체의 빈곤과 축하연회에서 보여진 사치스러움 사이에서 심한 이질감을 느꼈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캐서린 그린은 “이곳 사람들은 북한의 아름다운 면만을 보여주려고 연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단원들은 버스를 타고 평양 거리를 다니면서 끝없이 보여지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목격했다”며 “공항을 나오기 전 세관에서 모든 핸드폰을 보관해야 하는 등 세상에서 가장 이상스러운 세관신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북한의 외교 쿠데타”라며 “미국과 북한이 사실상 전쟁 상태이고 북핵 불능화에 대해 아직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6일 밤 양 국가가 콘서트로 하나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전날 만수대 극장에서 열렸던 환영무대를 예로 들며 “권위주의 북한 체제 아래에서 예술은 김정일 개인 숭배에 이용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 필 환영행사에서도 한 무용수는 일본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을 춤으로 표현했는데, 북한 당국은 김일성이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리허설이 열린 동평양극장 무대 위에는 미국 국기와 북한 국기가 함께 걸려 있다”며 “그러나 평양 거리에는 오늘 공연을 알리는 어떤 선전물도 볼 수 없었다”며 공연을 앞둔 평양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북한 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이 북한의 수도에서 공연을 갖는 것은 양국 관계를 가깝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 필의 평양공연에는 한국 기자 9명을 포함,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80명의 기자들이 파견돼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인터넷을 갖춘 기자실과 국제전화 전용회선을 마련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외국 언론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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